계엄 실행 軍 장성들 줄줄이 직무정지
'북한 국지도발 전쟁 일으키면 대응 가능한가'
군 통수권 쥔 대통령 탄핵 국면 안보 공백은
국방부는 12·3 불법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및 분리파견 처분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이로써 총 7명의 장성에 대한 직무정지가 내려졌고 이들을 포함한 10여 명의 군 지휘관들이 수사를 받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군 지휘부 대거 공백 사태로 안보위기에 직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14일로 예정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에 따라 군 통수 체계가 또 한 번 흔들릴지 관심이 모인다.
국방부는 이날 직무정지된 박 참모총장 자리에 제2작전사령관을 맡고 있던 고창준 육군 대장을 지명했다. 앞서 국방부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 육군 중장 3명에 더해 정성우 방첩사 1처장과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 문상호 정보사령관에 대한 직무를 정지했다. 급기야 이날 처음 '별 넷'을 단 박 참모총장에 대한 직무정지까지 이어지며 군 내부는 말 그대로 '패닉'(공황) 상태에 놓였다.
안보 공백 노린 북한의 도발 생기면?
우선 북한의 도발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당장 북한이 혼란한 국내 상황을 틈타 오물풍선 살포,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 저강도 도발을 벌일 수 있다. 이 경우 우리 군은 '낙하 후 수거' 방식으로 차분하게 대응하고, 다양한 국지적 우발 상황에 대해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기민하게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혹여 북한이 안보 공백을 노려 전쟁 등 고강도 도발을 계획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합참은 "국지도발 상황에서도 일선 지휘관, 합참의장을 중심으로 지시를 내리고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평시 대북 경계나 작전과 관련해서는 합참의장이 작전 통제 지휘권을 가지고 있고, 전시에는 한미연합사령부 체제로 전환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군 안팎에선 '군령 최고봉'으로 꼽히는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 1순위임에도 이른바 '패싱'당한 상황에 군 조직 내 리더십이 손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계엄 실행 세력’이란 주홍글씨가 찍힌 군의 사기가 저하돼 결정적 순간 치명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수사에 따라 군 지휘관에 대한 추가 인사 조치가 이어질 경우 '직무대리의 직무대리' 체제가 나오면 작전 지휘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전직 육군 간부는 “특전사와 방첩사의 직무대리가 임명되긴 했어도 조직을 바라보는 군 안팎의 부정적 시각에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며 “유사시 똘똘 뭉치기 어려워진 것 같아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군 전문가, "안보 공백 없이 안정적"
이런저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군 안팎에서는 일단 '우려할 만한 안보 공백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군과 전문가들은 평시와 전시 대응 체계에 변화가 없고 현재로선 치명적 안보 공백도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군 서열과 경험치 측면에서 김선호 차관이 장관 직무대리를 수행하는 데 큰 부족함은 없고, 김 합참의장 또한 계엄 해제 이후에도 정상 임무수행 중”이라며 “군령과 군정 부분에 대한 시스템들은 흔들림 없이 가동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날도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군사령관과 화상회의를 열어 한미동맹 및 연합 방위태세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국방부는 "양측은 한미동맹이 국내외 안보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속 강화되어 왔음에 공감하고, 한미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이날 김 차관에게 "한미 연합방위체제하에서 연합훈련 및 활동, 작전이 외부 요인에 의해 위축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尹 탄핵 여부에 따라 군 통수권 향방은
그럼에도 걱정거리는 여전히 쌓여 있다. 14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에 따라 군 통수 체계는 또 한 번 출렁일 수 있다. 국군통수권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대통령 궐위 시에는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신한다. 탄핵소추안 가결 시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군통수권을 넘겨받게 되지만 야권이 검토 중인 총리 탄핵소추안까지 추가로 가결될 경우 이주호 사회부총리 또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군 통수권을 넘겨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되면 계엄 선포 당사자인 윤 대통령의 국군통수권이 그대로 유지돼 이론상 2차 계엄, 국방부 장관 임명, 후속 장성 인사도 가능해진다. 또 대통령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체포나 구속될 경우에도 국군통수권이 유지될지에 대한 판단은 군 내부에서도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예상된다.
그간 굳건히 유지돼 온 한미 군사협력 후퇴와 신뢰 훼손도 걱정이다. 한 전직 고위 장성은 “한미동맹이 당장 무너지지는 않더라도, 미국의 카운터 파트들이 사라지면서 후속 대화가 중단된 점은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동맹국과 우호국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만남을 위해 전방위로 노력하려고 있는데 우리는 그게 안 되는 상황”이라며 “(계엄 사태로 미뤄진) 한미 핵협의그룹(NCG)회의나 도상연습도 무기한 미뤄져 그동안의 합의들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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