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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증·의심·자기애···망상 병리까지" 정신의학자·심리학자가 본 윤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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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증·의심·자기애···망상 병리까지" 정신의학자·심리학자가 본 윤 대통령

입력
2024.12.13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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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권력자의 심리적 오류로 보였으나
12일 담화 살펴본 후 심각성 '경고' 나와
"소통 자체 불가능할 정도의 망상" 의심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4번째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4번째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편집증·의심·자기애라는 권력자의 문제적 특성이 두드러져 보인다." 지난 11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불법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심리 분석을 요청하자, 권력자가 빠지기 쉬운 정신 상태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런데 12일 '12·3 불법계엄 사태'를 끝끝내 정당화하는 대국민 담화를 살펴본 뒤 전문가들은 보다 심각해졌다. 정신건강의학자, 심리학자들은 조심스럽게 "망상이 의심스럽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공인에 대한 정신 분석은 신중해야 하지만, 국가적 위기를 부른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게재한다.

망상 증상 보여, 단 법적 방어 목적 유의해야

한국일보가 취재한 전문가들은 대통령 비판 성명에서 빠지지 않는 '망상'이란 단어가 정치적 레토릭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비쳤다.

윤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계엄을 선포하고 헌정 질서를 유린한 이후 정신건강의학계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정신·심리 상태에 대한 평가가 분분했다고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A교수는 "윤 대통령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고 자신이 바라는 것을 그대로 진실이라 믿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아무리 설득해도 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까지 갔다면 망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직접 진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신질환 가능성 여부를 진단할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제시했다.

정신과 전문의는 직접 검진하지 않고 당사자 동의를 얻지 않은 공인의 정신 상태에 대한 전문적 소견을 밝혀선 안 된다는 '골드워터 룰'을 따라야 한다. 1964년 미국 한 잡지사가 정신과 의사를 대상으로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가 정신적으로 대통령에 적합한지 설문 조사한 결과를 게재했다가 명예훼손으로 7만5,000달러를 지급한 사건에서 유래한 의료윤리 지침이다.

A교수는 "의료윤리를 준수해야 하지만 전문가는 공익을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 경고해야 할 의무도 있다"며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 대비해 법적 방어 목적으로 일부러 사실을 왜곡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매우 조심스럽지만, 엄정한 수사와 함께 정신 감정도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심리학자들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리학과 B교수는 "무조건 야당 탓, 북한 탓을 하며 자신이 피해자라 변명하고 정당화하면서 주변 모두를 적으로 규정하는 모습에서 피해 망상 특성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헌법과 법률 같은 규칙을 무시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행태에서는 반사회적 성격 특성도 강하게 나타난다"며 "계엄 선포 때와 이번 담화 발표 때 상당히 흥분된 모습으로 미뤄 간헐적 폭발 장애(분노 조절 장애) 여부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상현 1공수여단장을 비롯한 군 장성들이 계엄 당시 군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상현 1공수여단장을 비롯한 군 장성들이 계엄 당시 군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권력에 취해 발현되는 극단적 증상들

전문가들은 권력자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위험한 특성들도 조목조목 짚었다. 정신건강의학과 C교수는 "최고경영자처럼 조직의 최정점에 올라가면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선택하고 깊이 몰두하면서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선거결과 조작설,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 주장 등이 확증 편향의 증거일 수 있다는 것이다. C교수는 "그러나 이번 담화를 보며 확증 편향으로 설명하기엔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심리적 문제를 넘어 병리적 문제로까지 나아간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한다"고 밝혔다.

A교수도 "권력은 권한도 주지만 극도의 스트레스도 준다.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면 누군가 자신과 국가를 해치려 한다는 편집증과 의심에 사로잡히게 되고, 나만이 옳다는 과도한 자기애에 심취해 반대파를 숙청하거나 비합리적 결정으로 나라를 도탄으로 몰아넣는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며 "역사 속 권력자들이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고 우려했다.

심리학과 D교수는 "일반적으로 권력자는 권력을 통해 쉽게 성과를 내기 때문에 자기 과신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그로 인해 "타인과 소통하면서 객관적 정보에 근거해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져 상식과 괴리된 크나큰 오판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성격적으로 권위에 집착하는 성향이라면 스스로 권력을 절제하고 균형을 잡는 데 훨씬 더 취약함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과 의사 510명 "처벌해야 국민 트라우마 벗어나"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몸으로 막아낸 국민이 겪을 심리적 고통을 우려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510명은 시국 선언문을 내고 "폭력 트라우마 피해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피해자 안전 확보와 가해자가 응당한 처벌을 받는 정의로운 해결이 중요하다"며 "명확하게 헌법에 근거한 단호한 해법만이 국민과 대한민국을 폭력 트라우마에서 회복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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