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모터 가동 정숙한 주행감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승차감
트렁크 활짝 열리고 차체 높아
수입차 고급 세단은 겨울철만 되면 한국의 도로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눈 쌓인 언덕에서 헛바퀴를 굴리는 것이다. 승차감을 고려해 후륜 구동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겨울철 악천후를 자주 경험하는 유럽에서 만든 고급 세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기 많은 독일산 고급 세단 가운데서도 유독 아우디는 예외다. 전륜 구동 방식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면에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우디의 주행 안정성은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 회사가 만든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는 어떨까. PHEV란 전기 모터와 내연기관(가솔린 엔진)을 결합해 움직이는 차량으로 우선 충전된 배터리만으로 30~70㎞가량 주행할 수 있다. 때문에 PHEV는 경제성, 친환경에 초점을 두고 보게 되는 차다. 2월 국내 출시한 '더 뉴 아우디 A7 55 TFSI e 콰트로 프리미엄'은 주행 안정성과 친환경의 특성에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편리성까지 더한 차라 할 만 하다.
주행을 시작하자마자 가장 인상적인 건 정숙성이다. 사륜 구동 체계로 하이브리드 모드에서 일정 속도에 이르기까지는 전기 모터로만 움직인다. 내연 기관차보다 훨씬 조용한 주행감이 두드러지는 이유다. 속도를 높여 엔진이 차량 구동에 개입해도 크게 거슬리는 소리는 나지 않는다. 2.0 리터(L) 4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TFSI) 엔진을 담아 합산 출력 367마력(엔진 252마력, 전기 모터 142.76마력), 최대 합산 토크 51kg.m(엔진 37.7kg.m, 전기 모터 35.69kg.m)의 성능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치고 나가는 힘이 스포츠 카처럼 세지는 않지만 세단으로서는 수준급이다. 이중 접합 방음 유리창, 차량 곳곳의 방음 소재도 조용함 속에서 운전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간결한 디스플레이 배치
승차감은 묵직하면서도 부드럽다. 과속 방지턱이나 패인 도로를 지날 때는 충격을 한 번에 끝내는 듯하면서도 강도가 낮다. 독일 차는 서스펜션(현가장치) 스프링의 탄성이 강해 요철(凹凸)을 지날 때 충격 횟수는 적지만 그 정도가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차는 충격 횟수가 적으면서도 좀 더 부드럽게 요철을 지나는 느낌이다. 에어 서스펜션이 아닌 전자식 서스펜션 체계만으로도 네 개 스프링의 강성을 적절히 조절하고 충격을 분산하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디자인에서는 강인한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부피감이 느껴지는 운전대의 그립감(쥐는 느낌)부터 그렇다. 안전 운전 보조 체계도 마찬가지다. 경고음, 안내 음성이 많이 나오지 않아 운전자로서 주행에 지나친 간섭을 받지 않는 느낌이다. 간결한 디스플레이 배치도 좀 더 편안한 상태에서 주행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가 있지만 속도와 함께 주행차로를 벗어나거나 앞 차와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상황의 충돌 위험 경고 등만 간략히 표시한다. 12.3인치 계기판도 군더더기가 없다. 요즘 고급차는 라디오, 내비게이션 등을 조정하는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냉·온풍기 등을 조정하는 공조 디스플레이를 속도계 옆에 이어 붙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차는 속도계 오른편 아래에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그 아래에 공조 디스플레이를 뒀다. 운전 중 도로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환경이다. 물리 버튼은 거의 없지만 액정이 눌리는 '터치' 방식 디스플레이다.
전폭 191㎝... 정통 세단 분위기
차량 겉모습은 납작하고 옆으로 넓은 차체의 전폭이 191㎝나 된다. 플라스틱 소재의 프론트 그릴은 PHEV의 특성을 드러내는 듯 절반은 막혀 있고 절반은 뚫려 있다. 내연기관차는 엔진 열을 식히기 위해 뚫려 있고, 전기차는 배터리가 있는 하부 쪽 공기 유입을 위해 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 헤드 라이트에서는 일반 발광다이오드(LED)보다 강한 밝기로 촘촘하게 배열된 광선이 차례로 컸다 켜지며 방향을 지시해 세련돼 보인다.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은 곡선을 살려 측면과 후면의 가변형 스포일러까지 이어지는 디자인도 정통 세단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SUV 못지 않은 편리성을 더한 것도 이 차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뒷유리와 트렁크가 일체형인 것이 단적인 예다. 이는 직각 이상 위로 활짝 열려 짐 수납에 편리하다. 트렁크 안쪽 버튼을 누르면 손쉽게 닫힌다. 세단인데도 차체가 높은 편이어서 높은 과속방지턱에 차체가 걸릴 듯한 걱정도 덜하다. 2열 문은 85도 가량 열려 노약자도 타고 내리기 수월하다. 제동 페달을 세게 밟으면 속도계 위에 'P'(Parking)란 표시가 뜨면서 변속기(기어)에 손을 대지 않고도 정차할 수 있다. 다시 가속 페달을 밟으면 변속기 조작 없이 바로 출발해 도심 정체 구간 주행에 편리하다.
다만 이 차는 2열 헤드룸(좌석과 천장 사이 공간)과 레그룸(좌석과 발 사이 공간)이 작은 편이다. 2열 천장부터 급한 곡선이 트렁크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차체가 옆으로 넓고 회전 반경이 커 좁은 공간에 주차하기 쉽지 않다. 복합 연비 15.7km/l를 자랑하고 차량 가격은 1억 280만 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