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경악스러웠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세계의 찬사를 받아온 민주주의 모범 국가를 45년 전 군부독재 시대로 회귀시킨 대통령이라니…. 다행히 여의도로 집결한 시민의 저항과 군대의 미온적 대응, 국회의 신속한 계엄 해제 의결로 6시간 만에 ‘실패한 내란’이 됐다.
하지만 ‘만약’ 비상계엄이 유지됐다면 어땠을까. 경제는 헤어나오지 못할 암흑으로 빠졌을 것이 분명하다. 당장 4일부터 주식시장이 닫혔을 것이다. 국민의 금융자산이 동결된다는 뜻이다. 현금을 확보해 두려는 사람들로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 사태)이 발생했을 것이다. 생필품 사재기로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테다. 체류 중인 외국인은 한국 탈출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을 것이다. 계엄군이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를 끌어내는 광경이 생중계가 된 마당에 한국에 머무를 외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니까. 각국 대사관도 자국민 긴급 탈출 계획을 실행했을 것이다. 국내로 들어오는 항공편도 상당수 기약 없이 취소됐을 것이다. 관광산업은 초토화될 것이 뻔했다.
원·달러 환율도 상단을 열어둔 채 앙등했을 것이다. 수출입 기업이 도산하거나 부도 위기에 내몰렸을 것이다. 가뜩이나 부진을 이어온 내수는 더욱 고꾸라지고, 2%를 웃돌 것으로 예상됐던 성장률은 급전직하로 추락했을 것이 명확하다. 견고했던 국가신용도는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내달렸을 것이다. 무모한 계엄 선포는 이렇듯 경제를 나락으로 빠트릴 가능성이 농후했다.
과한 상상은 아니다. 계엄 발령부터 지금까지의 경제 상황이 방증한다. 경제·금융수장들은 4일 새벽 계엄 해제가 선포된 후에야 증시 개장을 결정했다. 1억3,400만 원을 넘나들던 비트코인 가격은 계엄 선포 직후 8,800만 원대까지 추락했다. 현금 확보를 위한 매도세 탓이다. 영국, 미국 등 주요 국가는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한국 여행주의보’를 발령했고, 주한 외국 대사관은 국내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집에 머물라 당부했다.
원·달러 환율은 선포 직후 40원이 급등해 2년여 만에 1,440원 대를 돌파했다. 현재는 1,450원을 넘나든다. 수출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은 계엄 불똥을 맞아 수주 감소나 취소, 고환율로 인한 피해 발생 등 직간접적 손실이 크다고 호소(중소기업중앙회의 513개 수출 기업 긴급현황조사)한다. 눈앞에 뒀던 9조 원 규모 K2 전차 구매 계약 등 K방산 수출도 체결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소비심리와 경제심리지수가 급격히 떨어졌다”며 2.2%로 예상했던 올해 성장률이 2.1%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이 사달을 일으킨 자칭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은 여전히 야당 탓하며 “포기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수사는 거부한 채 따뜻한 사저에서 지지자와 여당에 ‘날 살려내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급기야 주변에선 “진짜 내란이 나고 나라가 뒤집어지면 경제상황이 이렇게 회복 되겠나”라고 그를 엄호한다. ‘실패한 내란은 내란이 아니다’라는 해괴망측한 논리가 통할 것이라 보는 것이다. 한국 경제에 닥칠 더 엄혹한 위기(트럼프 2기)는 모르쇠다. 근태마저 불량했던 1호 영업사원의 존재가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다. 국민과 기업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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