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인사들이 본 노상원 전 사령관>
육사 수석 입학... "권력욕" "위만 쳐다봐"
김용현과 수방사 55경비단서 첫 근무연
'부하 추행' 불명예 전역, 뱀닭·점술 생업
정보사 OB 비선 우뚝.... '롯데리아 회동'
6년 전 불명예 제대한 노상원(62·육사 41기)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12·3 불법계엄 사태의 '막후 설계자'로 지목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계엄을 모의했고, 현직 사령관에게 "선관위를 장악하라"며 '계엄의 밤'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수사기관에서도 "퇴역 군인이 주도한 희대의 군정논란"이라며 혀를 찰 만큼 그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위만 쳐다보는 사람, 후배들의 기피 대상, 김용현의 심복'. 노 전 사령관을 현역 시절 가까이서 지켜본 전·현직 군인들은 그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계엄 사태 역시 그가 권력욕과 출세욕에 사로잡혀 존재감을 과시하려다 깊숙이 관여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35년 전 김용현과 근무연... "후배들 쥐어짜"
경북 문경 출생인 노 전 사령관은 대전고를 졸업한 뒤 1981년 육군사관학교 41기에 수석 입학했다. 보병 병과로 군생활을 시작했지만 소령 때 정보 병과로 갈아탔다. 이 무렵 '노용래'에서 '노상원'으로 개명했다. 김용현 전 장관과 함께한 첫 근무지는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대대(현 55경비단)로 알려졌다. 55경비대대는 청와대를 경호하는 근위부대로, 두 사람은 김 전 장관이 1990년 무렵 소령으로 이곳 작전과장을 맡을 때 노 전 사령관(당시 대위)이 제대장을 맡아 연을 맺었다. 두 사람과 함께 근무한 예비역은 "둘이 죽이 정말 잘 맞았다"고 회상했다.
노 전 사령관은 탁월한 심기 경호로 김 전 장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두 사람과 인연이 있는 군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대대장에게 잘 보이려고 후배들을 쥐어짜면, 노 전 사령관은 이에 동조해 부하들을 강하게 쪼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역은 노 전 사령관을 "사람 자체가 '흑백'이라서 중간이 없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인정하는 부하에겐 전폭적으로 일을 맡기고,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반 죽여서 짓밟았다"고 평가했다.
김 전 장관은 2007년부터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의 육군본부 비서실장으로 일했고, 김 전 장관 추천으로 노 전 사령관은 비서실 산하 과장급으로 근무했다. 이 무렵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수족처럼 일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군 관계자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했고, 인맥과 라인을 만드는 데 열중했다"고 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을 통해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어해 후배뿐 아니라 동기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안 좋았다는 전언이다.
불명예 제대에도 '비선 실세'.... "OB 이끌어"
노 전 사령관은 7사단에서 대대장과 연대장을 거친 뒤, 육군참모총장 수석전속부관, 대통령경호실 군사관리관, 777사령관, 정보사령관 등 핵심 보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8년 육군 정보학교장을 마지막으로 불명예 전역했다. 그해 국군의날에 여군 교육생을 강제추행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아 군복을 벗었다. 당시 노 전 사령관은 '산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한 예비역은 "전역한 뒤 노 전 사령관이 생계를 위해 '죽은 뱀에서 나온 구더기를 먹인 닭(이른바 '뱀닭')을 팔았다고 안다"고 전했다. 최근엔 경기 안산에서 점술가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군복을 벗은 뒤 군과 절연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오히려 '핵심 비선'으로 자리 잡았다. 자신이 사령관을 지낸 정보사의 OB(전직 간부) 모임을 주도한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특히 김 전 장관이 올해 9월 장관으로 취임하자, 군내에선 노 전 사령관 이름도 함께 회자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노상원 라인'으로 불리는 배모 준장이 김 전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들어갔을 때 '낙하산'이라는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배 준장이 그뒤 요직인 연합사 작전처장이 된 것도 노 전 사령관 입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롯데리아 내란 모의'에 불려 나온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현직 대령 2명 역시 노 전 사령관의 '인사 영향력'을 의식했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문 사령관은 올해 여름 '블랙요원 리스트 유출 사건'과 자신이 연루된 '하극상 사건'으로 직무 배제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김 전 장관의 취임과 맞물려 유임됐다. 군 소식통은 "문 사령관 인사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노 전 사령관이 승진을 약속하며 현직들을 끌어들였을 수 있다"고 했다. 정보사가 점조직인 탓에 OB들이 노 전 사령관처럼 '블랙요원'으로 활동하며 인사에 개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 내부에선 "희대의 군정논란" "최악의 군기문란"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보사 내부에서도 "조직이 쑥대밭이 됐다"고 아우성이다. 모든 게 노상원 전 사령관이 남긴 짙은 그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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