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개혁보다 탈퇴파 우위
다음 달 취임식에서 발표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정권인수팀이 내년 1월 취임 즉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트럼프 정권인수팀 관계자들이 복수의 보건 전문가에게 내년 1월 20일 예정된 취임식에서 WHO 탈퇴를 발표할 계획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인수팀에선 WHO에 남아 기구의 개혁을 추진하자는 의견과 탈퇴하자는 의견이 대립했으나 탈퇴론이 우위를 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당선자는 1기 행정부 당시 WHO 탈퇴를 시도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7월 WHO가 중국에 편향적이라고 비난하면서 탈퇴를 통보했으나 2021년 대통령 임기가 만료되면서 무산됐다. WHO 탈퇴는 통보 후 1년이 지나야 정식 탈퇴가 가능하지만, 정권을 넘겨받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2021년 1월 취임 당일 곧바로 WHO 복귀를 발표한 것이다.
FT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WHO 탈퇴는 예상된 수순이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을 지낸 아시시 자 브라운대 공중보건대학장은 "트럼프가 취임식 당일 탈퇴를 원하는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첫날 조치를 곧바로 뒤집는 '상징성' 때문"이라며 "정부의 주류가 될 많은 사람이 WHO를 신뢰하지 않고, 이를 첫날부터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FT에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달 대선 승리 후 백신 반대 운동가인 로버트 케네디 F 주니어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하기도 했다.
문제는 미국의 WHO 탈퇴가 현실화할 경우 지구촌 전체의 질병 대응 능력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WHO 최대 지원국으로, 2022~2023년 기준 WHO 예산의 약 16%를 지원해왔다. 로런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의 탈퇴는 글로벌 보건 재정과 리더십에 커다란 진공 상태를 남길 것이고, 누구도 그 공백을 메울 수 없을 것"이라며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자가 정권인수팀처럼 즉각적인 탈퇴를 우선 순위에 둘지는 불확실하며 인수팀이 탈퇴 가능성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