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시기 늦으면 신경 회복력 하락 우려 증가
80대와 60·70대 척추 수술 합병증 차이 없어
회복 위해 평소 뼈 건강과 근육 유지 신경 써야
“나이는 고려해야 할 요소인 건 맞지만, 나이 때문에 척추 수술을 할 수 없다고 볼 건 이제 아니에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김영훈 정형외과 교수는 “고령이란 요인이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소라고 볼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달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김 교수가 척추 수술의 시의성을 강조한 건 수술에 대한 우려 때문에 차일피일 늦추다가 오히려 척추 신경의 회복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어서다. 제때 수술을 받은 환자가 척추 신경의 100%를 회복할 수 있다면 비수술적인 치료를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낸 환자의 경우 회복 정도가 70~80%에 그칠 수 있단 얘기다.
“약물이나 신경주사 치료를 보존적 치료라고 하는데 수술이 우려되니까 이런 치료만 찾아다니는 고령 환자가 있어요.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척추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져 질환이 생기는데, 수술로 눌려 있던 신경을 풀어줘도 신경이 오래 눌린 환자는 신경 기능이 완벽하게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수술을 받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죠.”
신경주사는 통증 부위에 약물을 주입해 통증을 덜 느끼게 하는 방법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골다공증과 함께 고령의 척추 환자에서 빈번하게 발병하는 질환이다. 척추관을 구성하는 인대나 뼈, 관절 등이 커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한다.
김 교수는 이어 “고령 환자의 척추 수술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지난달 국제학술지(Global Spine Journal)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척추관협착증으로 수술을 받은 80세 이상 환자와 65~79세 사이 환자의 수술 후 회복 정도 등은 편차가 거의 없었다. 고령 환자에게서의 척추 수술은 위험하다는 통상의 우려와 정반대 결과이다. 65세 이상 척추 수술 환자 2,056명 중에서, 앓고 있는 지병 등 척추 수술 위험도가 비슷한 80세 이상 환자 49명과 65~79세 환자 49명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수술 후 통증 완화 정도와 척추 기능 개선에 있어서 80세 이상 환자와 65~79세 환자의 차이가 별로 없었어요. 수술 후 회복 중 합병증 등으로 중환자실에 간다거나, 퇴원 후 문제가 발생해 한 달 안에 재입원하는 비율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어 “고령 환자의 경우 섬망 증상이 2, 3일 정도 지속되긴 했으나 사망률 증가 등 고령 환자가 주로 우려하는 주요 합병증 관련해선 차이가 없었다”며 “80세 이상의 환자라도 큰 합병증 없이 잘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섬망은 헛소리를 하는 등 일시적으로 의식의 혼동이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인터뷰 당일에도 고령 환자의 척추 수술을 하고 왔다던 그는 “가능하면 꼭 필요한 부위만 수술을 하고, 고령층은 근육이 계속 빠지기 때문에 수술 과정에서 근육 손상을 최소화하는 수술법을 사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골다공증이다. 뼈가 약할 경우 제대로 된 수술 효과를 볼 수 없어서다.
척추 수술은 크게 척추 신경을 압박하는 부분을 제거하는 척추 감압술과 척추뼈를 인접 척추뼈와 서로 고정하는 척추 유합술로 나뉜다. “감압술을 통해 척추 신경 통로를 넓혀놓으면 척추 마디가 고정되지 않아 불안정성이 발생해요. 그래서 나사못을 박거나 인공 뼈를 이식하는 유합술을 하는데, 뼈가 약하면 나사못 등이 제대로 있지 못하게 되니 골 시멘트로 보강을 하죠. 수술 전부터 미리 골다공증 약재를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김 교수는 “고령의 척추 환자의 경우 수술 여부를 결정할 때 주의 깊게 보는 것이 당뇨병‧고혈압 등의 병력(病歷)과 영양상태”라며 “수술 자체보단, 수술 후 회복 가능성이 수술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영양 상태가 좋은 환자일수록 수술 후 회복이 원활하다”고 덧붙인 그는 “수술 후 간병인이 돌보는 환자보단 가족이 살피는 환자에게서 섬망 증상 등이 덜 나타나고, 아프기 전부터 운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일수록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향후 척추관협착증과 척추 골다공증 등 환자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현재 해당 질환이 없더라도 미리 뼈를 튼튼히 하고 근육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국내에서 척추관협착증으로 병원을 찾은 60세 이상 환자 수는 151만 명이었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 골절 환자(2022년 기준)도 고령으로 갈수록 큰 폭으로 늘어 인구 1만 명당 50대는 14.3명이었으나 70대는 148.7명, 80대에선 315.8명이었다.
“제가 어르신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뼈가 튼튼해야 하고 근육이 남아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수술을 해도 회복이 잘 되거든요. 뼈는 뼈를 건강하게 하는 약이라도 있지만 근육은 그런 게 없으니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이 필수적이죠. 특히 고령의 분들이 근육을 새로 만든다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젊었을 때부터 근육을 어떻게 지켜나갈지 생각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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