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자금난' 서울교통공사, 노조에
"평가급 이르면 1월 9, 10일 지급" 알려
결국 임금체불... 노조 "더 늦으면 곤란"
'부도설'이 흘러나오는 서울 지하철 1~8호선 운영기관 서울교통공사가 극심한 자금난에 이달 임직원들에게 줘야 하는 임금의 일부(평가급 1,400억여 원)를 해를 넘겨 다음 달 9일 전후 지급한다. 임금체불 위기에 직면했다는 보도(본보 12월 19일자 11면) 이후 공사는 서울시와 정부에 "임금 체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후시설 투자금으로 일단 평가급을 지급하게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자금을 전용하면 규정 위반"이라는 원칙론에 좌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 소속인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1노조)은 27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2024년도 평가급은 예산 확보와 공사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 2025년 1월 9일 전후로 지급될 예정"이라고 조합원들에게 공지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주 사측이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있어 이르면 내년 1월 9, 10일쯤 지급하겠다'고 실무자를 통해 알려왔다"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도 "'내년 차입 계획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빠르면 9, 10일, 늦으면 15일에 지급할 계획'이라고 1노조뿐 아니라 한국노총 소속 2노조와 MZ세대가 주축인 3노조(올바른노조)에도 알렸다"고 확인했다.
"시설 투자금으로 평가급 지급하도록 해달라" 호소했으나... 서울시·정부 "규정 위반"
만성 적자와 자금난으로 인한 사측의 불가피한 '평가급 지연 지급'을 노조는 양해했지만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또다시 임금체불이 발생한 데 따른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윤영희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임직원 1만6,201명에게 지급해야 할 평가급은 1,404억 원이다. 지난 20일 지급한 12월 급여(약 750억 원)의 두 배가량이다. 임직원 개인이 받는 평가급은 월급여(보수월액)의 138~238%다. 1노조 관계자는 "며칠이라도 임금 체불은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나 재발했다"며 "사측에 '예상 지급일인 9, 10일을 꼭 지켜라, 더 늦어지면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강력히 항의했다"고 전했다.
사측도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임금체불 위기에 직면한 상황까지 알려진 이후 재무담당자들이 행정안전부와 서울시를 찾아가 읍소했으나 무위였다. 공사 관계자는 "노후시설 투자 등을 위해 마련해 놓은 자금을 운영 자금으로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사업이나 시설 투자로 편성된 예산이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답을 받아 지연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와 정부도 공사의 어려운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규정 위반을 용인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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