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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지도자 한 명이 바꾼 인도의 미래

입력
2025.01.03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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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지난 2008년 2월 19일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08년 2월 19일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 식민지에서 막 독립한 인도는 오랜 약탈경제로 극심한 가난과 빈곤에 시달리고, 높은 실업률과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고용, 90%에 달하는 문맹률, 낙후된 산업, 개선할 수 없을 정도의 열악한 인프라로 고통받고 있었다.

초대 네루 총리는 계급도 카스트도 없고 자본 착취도 없는 사회 건설을 목표로 폐쇄적인 경제 발전 계획을 추진했다. 그 결과는 오히려 인도를 부패와 관료화의 늪에 빠뜨렸으며, 소득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 모두를 세계 최빈층으로 내몰았다. 외국인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했으며, 무역수지는 적자만 누적되어 외환 부족이 만성화되었다. 폐쇄적 경제정책은 인도를 독립 이후 한 번도 겪지 못했던 경제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때 인도에서 분리된 파키스탄에서 15세 나이로 인도로 이주한 만모한 싱이 재무장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재무장관 취임 직후, 경제 발전 과정에서 과도한 중앙집권화와 관료주의가 경제성장에 역효과를 초래했음을 지적했다. 또 기업 진입 제한이 라이선스 독점과 시장 왜곡을 초래했고, 보호주의 무역정책이 산업발전을 저해하고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만모한 싱은 외국인 투자를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산업을 해외 경쟁에 노출시키고 모든 경제규제를 자유화하고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거버넌스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산업 효율성을 높이며,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금융 부문을 현대화하며, 공공 부문을 개선하고,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며, 대외 개방과 계획을 종합한 거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개혁안은 내부에서 거센 비판과 비난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수용하고, 이를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 맞게 계획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비판과 반대에 굴복하여 개혁을 포기한다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목표를 결코 달성할 수 없다고 단언하며, 개혁을 강력히 추진했다.

경제 자유화와 개방 정책은 결국 성공하였다. 이를 통해 인도는 세계 최대 빈곤국, 국가경쟁력 최하위라는 오명을 벗어나 세계 5대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머지않아 세계 3대 경제 대국으로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 92세로 별세한 만모한 싱 전 총리 덕분에 인도는 희망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다. 현재의 한국을 보면, 1990년대 초 위기의 인도가 떠오른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혁신과 개혁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이순철 부산외국어대 인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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