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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스템 부정하며 지지자 선동하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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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스템 부정하며 지지자 선동하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입력
2025.01.03 04:30
수정
2025.01.03 08: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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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체포 땐 위법" 교묘한 공격에 지지층 선동
검사 때 존중하던 법원 영장 부정하고 공권력 경시
"그땐 秋가 비상식이었는데" 총장 시절과 비교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내란 수괴'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에 불응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체포영장 청구·발부·집행 과정을 모두 문제 삼으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사실상 공권력에 저항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형사사법시스템을 무시하고 여론전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경찰 체포 집행 위법" 지지층 선동까지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2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경찰 기동대 지원을 받아 대통령 체포 및 용산 관저 수색을 시도하려고 하지만, 이는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공수처 검사는 경찰 수사지휘권이 없으므로 경찰이 직접 영장 집행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측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제로 수사기관을 공격한다는 입장이다. 당초부터 '영장 집행은 공수처 검사가 한다'는 뜻이 확고했고, 경찰에선 질서 유지 지원을 받는 방안을 협의해 왔다는 것이다. 공수처법엔 '공수처장은 경찰에 수사활동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고, 윤 변호사 역시 경찰이 충돌 방지를 위한 혼잡경비활동은 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경찰이 관저 내부 수색, 영장 제시 및 인치 과정에 직접 참여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는 게 공수처 설명이다.

윤 변호사는 더 나아가 "경찰 기동대가 체포, 수색영장 집행에 나서면 현행범으로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지지층을 향해 관저로 접근하는 경찰관을 붙잡으라고 부추긴 셈이다. 윤 대통령이 전날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자필 서명을 담아 "끝까지 싸울 것" "더 힘을 내자" "감사하다" 등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일선 검찰청의 한 간부는 "누구보다도 법에 대해 많이 아는 분이 지지층에게 공무집행방해와 불법체포를 교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체포영장 청구하자 사실과 다른 지적도

윤 대통령 입장은 자신을 겨냥한 강제수사가 본격화됐을 때부터 한결같았다. 검찰과 공수처의 잇단 출석 요구에 묵묵부답하다가 지난달 30일 체포영장 청구 사실이 공개되자 격하게 반발했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으니 불법 수사에 응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더니, 영장을 발부하자 "불법 무효"라며 법원 판단마저 인정하지 않았다.

수사기관이 빌미를 제공한 부분이 없진 않다. 검찰, 경찰, 공수처가 수사 초기에 합동수사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경쟁에 나서면서 '윤 대통령이 트집을 잡고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 대응이 선을 넘었다는 게 중론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공수처의 내란죄 직접 수사권 문제에 대해선 여러 차례 법원 판단이 나와서 이를 뒤집긴 어려워 보인다"면서 "체포영장도 일단 발부되면 효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구속영장 심사나 재판 과정에서 문제 삼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청구와 발부가 부당하다며 이례적으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수사를 지연시키고 지지자를 결집시키기려고 사법시스템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 측은 수색영장 담당 판사가 영장에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110·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적시한 점도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먼 지적이다. 영장 담당 판사는 '형사소송법 110·111조 적용 예외'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고, '피의자 소재 발견을 위한 수색영장만 발부한다'는 내용과 함께 '(압수를 위한 수색 규정인) 형사소송법 110·111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장승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10·111조는 체포를 위한 수색엔 애초에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영장에 쓰든 안 쓰든 당연한 해석이라서, 판사가 월권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시절에도 지지자들에게 인사

현재까지 윤 대통령 행보를 보면 수사는 최대한 지연시키고, 탄핵심판에선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강변하며 여론전에 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할 수 있는 대응은 실효성을 떠나 다 해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절차 지연을 위한 악의적 수단인데, 대통령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 씁쓸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 퇴임 직전 윤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윤 대통령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에 대한 징계 청구에 나선 직후인 2020년 12월 출근길에 이례적으로 관용차에서 내려 유튜버를 비롯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보낸 점, 징계 절차의 부당성을 세세히 따진 점은 최근의 모습과 같지만, 당시엔 검찰 안팎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당시엔 징계 절차가 잘못돼 보였기에 많은 이들이 윤 대통령 편을 들어준 것"이라면서 "이번 계엄 사태에선 누가 잘못했는지 명확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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