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공수처 '체포영장' 맞서 '버티기' 일관
"숨지 않겠다" 과거 다짐 망각한 무책임
경호처는 "오직 호위", 龍은 "협조 불가"
"절대 국민 앞에서 숨지 않겠다. 잘했든 잘못했든 국민 앞에 나서겠다."
2021년 9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주자
지난 대선을 앞두고 2021년 9월 방송에 출연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무엇만큼은 절대 안 하겠느냐'는 질문에 결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윤 후보의 다짐은 '굴하지 않는 강골 검사' 이미지와 겹쳐 호평을 받았다.
이후 3년 3개월이 흘렀다. 탄핵안 가결 이후 관저에 칩거한 윤 대통령은 뒤로 숨기에 바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임에도 대통령의 직분을 이용하는 데 급급했다.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피해 경호처 뒤로, 군 부대 뒤로, 그리고 자신을 옹위하는 일부 지지층 뒤로 완전히 숨었다. 5시간 넘게 대치하던 공수처 수사관들은 물리적 충돌에 따른 불상사를 우려해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당당한 윤석열은 사라지고 무도한 윤석열만 남은 참담한 상황을 거듭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버티는' 尹, '무모한 방패' 경호처
윤 대통령은 '버티기 전략'을 고수했다. 모습을 드러내는 대신 윤갑근 변호사의 입을 빌려 "수사권 없는 공수처에서 불법무효인 체포 및 수색영장을 1급 군사기밀보호시설구역이자 경호구역에서 경찰기동대 병력을 동원해 강제로 집행하려고 한 것에 매우 유감"이라며 비방에 열을 올렸다. 이틀 전 '함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자'고 부추긴 윤 대통령의 친서에 맞춰 결집한 지지자들은 체포영장이 집행되는 내내 관저 앞을 지키며 호위무사를 자처했다.
경호처는 윤 대통령의 충실한 방패막이 역할을 자임했다. "대통령경호처는 오직 경호 대상자의 절대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박종준 처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일부 인원은 경호처의 결기를 보여주듯 개인화기를 휴대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수사인력들과 대치하며 "(경호처는)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경호만 할 뿐, 영장에 대해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12·3 불법계엄'의 무도함 △법원 발부 영장에 적시된 혐의 △공무집행방해에 따른 경호요원들의 처벌 가능성은 아랑곳없이 무모하게 윤 대통령의 '신변 안전'에만 주력했다.
뒷짐 진 정진석... "경호처 지휘감독 권한 없어"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뒷짐을 지고 '소극적 호위'로 동참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수처가 보낸 체포영장 집행 협조요청 공문에 대해 "비서실장은 대통령경호처를 지휘 감독할 권한이 없다"고 회신했다.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1일 공수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정 비서실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에게 체포영장 집행에 따른 협조를 요청했지만 그뿐이었다.
정부조직법상 경호처는 대통령비서실과 분리돼 있다. 평시엔 대통령이 상급기관이다. 대통령이 직무정지된 상황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직속상관이 된다. 정 비서실장은 이 같은 근거를 들어 공수처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최 권한대행이 나흘 전 공석이던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높이자 대통령실의 '집단 사표'를 주도하며 반발했다. 최 대행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윤석열 지킴이'를 자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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