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농성' 진보 단체 사흘째 거리로
극우단체 주일 예배 광화문서 옮겨와
우비·은박지 두른 중무장 인파들 몰려
5일 서울 곳곳에서는 새벽부터 굵은 눈발이 휘날렸다. 윤석열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전 한때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지만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털모자와 목도리뿐 아니라 투명 우비나 은박지를 몸에 두른 '중무장'한 상태로 인파를 헤치며 집회 장소까지 이동했다.
사흘째 밤새운 시민들 "관저 문 열라"
대통령 관저 인근은 두 쪽으로 갈라져 있다. 한남초등학교 옆 육교를 기준으로 한남오거리 방향으로는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이 모여 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윤 대통령 체포가 무산된 지난 3일부터 2박 3일째 밤샘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오전 10시 용산구 일신홀 앞에서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흘째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20대 김철규씨는 "내일이면 체포 영장이 만료된다"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체포를 지시하고 대통령경호처는 한남동 관저의 문을 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남동 주민 홍소빈(24)씨도 "내란 수괴(우두머리)인 대통령이 합법적인 절차로 발부된 체포영장을 무시하고 한남동 관저에 틀어박혀 있다"면서 "빨리 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항의의 의미로 대통령 관저가 있는 방향으로 함성을 쏟아냈다. 비상행동은 다음 날인 6일에도 이곳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尹 연설 나오자 "아멘"
육교에서 북한남삼거리로 향하는 길목은 극우 성향 단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원래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를 진행한다. 그러나 전날인 4일 한남동으로 장소를 급히 옮겼다. 대통령 탄핵 찬반 단체가 한꺼번에 집결하자 전날 오후 한때 지하철이 6호선이 한강진역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이날엔 예배를 아예 이곳에서 시작했다. 오전 9시쯤부터 신도들이 모습을 드러내 곧 한남초 앞부터 북한남삼거리까지 700m가량을 점령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탄핵반대, 이재명 구속'이라고 쓰인 포스터가 육교 승강기 등 곳곳에 나붙었다. 대형 전광판에 윤 대통령이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아멘" "할렐루야"를 외치며 호응했다. 전 목사는 "오늘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이 진정한 애국자"라며 추켜세웠다.
서울시교통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집회가 열린 한남오거리~북한남삼거리 4개 차로는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통제됐고, 오후 4시 15분부터는 양방향이 모두 막혔다. 한남동으로 향하는 삼일대로, 이태원로 등 일부 도로도 통제됐다. 전날과 달리 무정차 통과하진 않았지만 한강진역 부근 역시 하루 종일 혼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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