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 CES 기조연설
로봇 개발 가속화할 AI '코스모스' 발표
AI 시장 장악 넘어 로봇 시장 선점 의지
예상과는 달랐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5'의 핵심 화두가 인공지능(AI)이라는 점에서, 생성형 AI 열풍을 이끈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6일 기조연설에서 AI 산업 현황을 거론할 것이라는 관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황 CEO의 시선은 AI 열풍 자체보다는 '그다음'을 향하고 있었다.
CES 2025 첫 기조연설 연사로 초청된 황 CEO는 이날 "로봇공학의 '챗GPT 순간(ChatGPT moment)'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말 출시된 챗GPT가 AI 붐을 촉발한 것에 빗댄 표현이었다. 그러면서 그 결정적 전환점을 앞당길 로봇 개발용 플랫폼 '코스모스(Cosmos)'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AI 칩과 전용 AI 개발 플랫폼(쿠다)으로 AI 생태계를 장악한 것처럼, 로봇 생태계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코스모스는... 3차원 세계 이해하는 AI
코스모스는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도록 설계된 AI 시스템이다. 거대언어모델(LLM)이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학습해 뒤에 나올 확률이 높은 단어를 예측함으로써 문장을 생성해 내는 AI라면, 코스모스는 3차원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물리적 상호작용을 학습하고 예측한다. 손에 든 사과를 놓으면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든가, 차량이 눈길 위에선 '미끄러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는 의미다. 황 CEO는 "로봇을 개발하려면 언어가 아닌 '세계'를 이해하는 모델이 있어야 한다"며 "3차원의 공간과 중력, 마찰, 관성 등 물리적 역학을 이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약 2,000만 시간 분량의 영상을 학습시켜 코스모스를 개발했다고 한다.
코스모스를 이용하면 로봇이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게 황 CEO의 말이다. 코스모스가 생성해 낸 '진짜 같은 가상' 상황을 반복 훈련시킴으로써 로봇이나 자율주행이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진짜 세계의 모든 상황을 학습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여기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황 CEO는 "코스모스는 모든 개발자가 일반 로봇 개발에 쉽게 접근하도록 해 줄 것"이라며 이를 '물리적 AI(Physical AI·3차원의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AI 시스템)의 민주화'라고 일컬었다. 이러한 취지에 맞게 엔비디아는 코스모스를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는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다.
로봇 시대에도 우리는 '곡괭이'를 판다
코스모스 출시는 미래를 내다본 엔비디아의 투자다. 최근 AI 칩 시장은 AMD 같은 경쟁사는 물론, 오픈AI·구글·메타 등 AI 개발사가 AI 칩 개발에 직접 뛰어들면서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엔비디아로선 지속적 성장을 위해 새 수익원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이에 로봇을 전략적으로 점찍고 발 빠르게 뛰어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니얼 뉴먼 포천그룹 CEO는 "코스모스는 로봇공학 개발자들의 핵심 기술이 될 가능성이 크고, 엔비디아에 향후 수십 년간 수조 달러 규모의 시장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포브스에 말했다.
엔비디아는 로봇이나 자율주행 개발에 직접 나서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흔히들 AI 시대의 엔비디아를 '골드러시 시대 곡괭이 판매상'으로 비유한다. 과거 골드러시 시대에 금광을 찾아 나선 사람이 아니라 이들에게 곡괭이를 판매한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벌었던 것처럼, AI 모델을 만들려면 누구나 필요로 하는 AI 칩을 공급함으로써 세계 최고 기업으로 올라섰다는 뜻이다. 다가올 로봇 시대에도 고객들과 경쟁하는 대신, '곡괭이'만 공급하겠다는 게 엔비디아의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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