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은 20세기로 시계를 되돌린 듯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큰 충격을 주었다. 난데없는 불법 계엄에 국민은 혼란에 빠졌고, 외신은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을 군부 독재가 반복되는 후진국에 비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한 배경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으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무리수였다는 점은 자명하다. 또 '충암파'로 구성된 계엄지도부의 등장은 과거 군부독재 시절 '하나회'의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모습은 45년 전 5‧18 민주화운동을 탄압한 주범들과도 맞닿아있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계엄을 명분으로 군대를 동원하여 민간인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정치적 숙적을 제거했으며,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보호해야 할 책무를 저버렸다.
5‧18은 민주주의를 향한 갈망과 독재에 저항하는 상징으로 남아야 하지만, 그 가해자들은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커녕 끊임없이 왜곡을 시도해왔다. 이런 모습은 민주주의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불러왔고, 이번에 비극적 불법계엄이 반복되는 결과를 낳았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사망할 때까지 반성 없이 과거를 바로잡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들의 가족은 역사 앞에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국가와 국민에게 지은 죄를 통해 얻은 기득권을 지키며 호의호식하고 있다.
전두환 일가의 경우 손자의 비자금 폭로에도 불구하고, 몰수‧추징에 대한 별다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노태우의 딸은 부친이 뇌물로 받은 불법자금을 개인의 이혼소송에서 자신이 챙겨야 할 권리로서 당당히 주장하고 있다. 군부 독재로 쌓아 올린 비자금을 상속, 증여세 한 푼 없이 46배로 부풀려 1조3,808억 원으로 대물림받게 되었다. 이를 두고 여당의 한 유력 정치인은 일제에 나라를 팔고도 부를 누리고 있는 '이완용의 후손'에 비유했다.
이를 보면 이번에 대통령 탄핵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우리 민주주의가 승리의 마침표를 찍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과오를 씻고 사회적 정의를 바로 세우지 않는 한 5·18과 12·3의 비극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즉, 전두환과 노태우의 후손들과 추종세력의 비자금을 철저하게 수사하여 부당한 이득을 환수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해야만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꽃필 것이다.
5‧18의 비극을 낳고 이번 계엄을 주도한 방첩사령부 벽면에는 그동안 계속해서 전두환, 노태우의 초상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망령을 깨끗이 청산하지 못한다면, 12·12가 누군가에게는 성공한 쿠데타로 기억되며 또 다른 계엄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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