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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백골단을 알아?

입력
2025.01.09 16:00
수정
2025.01.09 16:34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김정현 반공청년단 단장과 단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반공청년단 출범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하얀 헬멧을 쓰고 관저 사수 시위를 벌인 이들은 "백골단은 반공청년단의 예하 조직"이라며 "윤 대통령을 지키고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김정현 반공청년단 단장과 단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반공청년단 출범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하얀 헬멧을 쓰고 관저 사수 시위를 벌인 이들은 "백골단은 반공청년단의 예하 조직"이라며 "윤 대통령을 지키고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백골단이다!"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 대학가 시위 현장에서 경찰과 맞서다 보면 그 뒤로 하얀 헬멧이 보인다. 백골단 등장을 알리는 누군가의 두려움 가득한 외침에 시위대는 뿔뿔이 흩어진다. 중무장으로 몸이 무거운 경찰들과 달리 기동성 높은 백골단은 일단 맞닥뜨리면 도망치기 쉽지 않다. 그들의 표적이 되면 발길질과 주먹질은 물론 곤봉과 쇠파이프 폭행을 당하기 일쑤다.

□ 신분은 경찰이지만 정복이 아니라 주로 청재킷에 청바지 등을 입은 ‘사복 체포조’다. 백골단이라는 이름은 그들이 쓰고 있던 흰색 헬멧에서 비롯됐다. 시초는 1985년 ‘특별경비부서 요원’ 경찰 채용 시험이었다고 한다. 태권도 유도 검도 등 무도 2단 이상 유단자가 응시 대상이었다. 이듬해에는 ‘강폭력 전담 형사요원’을 뽑았다. 특별경비, 강폭력 전담 등으로 포장해 채용해놓고 음성적인 체포조 역할을 시킨 것이다.

□ 그들의 무자비한 폭력은 많은 이들의 생명까지 빼앗았다.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는 쇠파이프 구타에 숨을 거뒀고, 같은 해 성균관대생 김귀정 또한 그들의 강제진압에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의문사한 한진중공업 박창수 노조위원장 빈소로 쳐들어가 주검을 탈취하기까지 했다. 90년대 중반 이후인 1996년 연세대생 노수석 또한 백골단의 시위대 ‘토끼몰이’ 진압 과정에서 희생됐다. 2000년대 들어서야 시위 양상이 변하고 경찰 진압 방식이 바뀌는 과정에서 일반 기동대 안으로 흡수됐다고 한다.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하면서 일부 지지자들이 대통령을 엄호하겠다며 ‘백골단’을 조직했다고 한다. 김정현 반공청년단장은 기자회견에서 “300명가량 민간수비대를 조직했는데 핵심이 하얀 헬멧을 쓴 백골단 대원들”이라고 했다. 특전사나 의무경찰 출신 등으로 2030 남성 30명 정도로 꾸렸다고 한다. 한쪽에선 축제 같은 시위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군부 독재정권의 상징인 백골단을 소환한다. 정치적 소신이야 자유겠지만 과거 끔찍한 소행을 안다면, 함부로 그 이름을 입에 올려선 안 될 일이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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