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첫 '서울 전역' 한파주의보
"체포팀 언제 올지 몰라" 자리 지켜
진보 측 '체포 촉구 철야 집회' 재개
출근길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등 최강한파가 몰아친 9일에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선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졌다.
루터교회 앞과 한남초등학교 근처에 모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2차 체포영장 집행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온몸이 덜덜 떨리는 날씨 탓에 인파는 평소보다 줄었지만 롱패딩에 복면, 털모자, 목도리로 중무장하고 은박 담요를 두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추위를 이겨내며 자리를 지켰다. 대전에서 첫차를 타고 올라왔다는 임가현(53)씨는 "탱크와 공수부대(장갑차와 경찰특공대를 지칭) 투입 얘기까지 나오는데 날씨가 추워 지지자들이 못 올까 봐 체포영장이 발부(7일)된 뒤 오늘 처음으로 왔다"고 강조했다.
보수단체 신자유연대 주최 집회 참가자들(경찰 비공식 추산 1,000여 명)은 사회자 구령에 따라 '아침체조'를 하며 몸을 움직였다. 이들은 강한 바람에 날리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부여잡은 채 '부정선거 OUT 입법독재'라고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다. 이곳에서 이틀 밤을 꼬박 새운 김흥수(63)씨는 "아무리 추워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며 "체포팀이 언제 올지 모르니 얼어 죽을 각오로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씨의 턱수염과 인중에는 얼음이 엉겨붙어 있었다. 일신빌딩 앞에는 대형 난방버스도 등장했다. 참가자들은 버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뉴스나 유튜브를 시청하며 몸을 녹였다. 버스 유리엔 'STOP THE STEAL(부정 선거 의혹을 밝히라는 취지의 구호)' 문구가 붙어있었다. 한 대통령 지지자는 인근 카페에 유자차 500잔, 아메리카노 300잔을 선결제하기도 했다.
보수 집회 장소에서 약 170m 떨어진 볼보빌딩에선 빠른 체포를 촉구하는 진보 성향 단체의 철야 집회가 시작됐다.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촉구'란 손팻말을 든 참가자(경찰 비공식 추산 300명)들이 목놓아 구호를 외쳤다. 이날 저녁부터는 이틀간 쉬었던 철야 농성도 재개됐다. 조문현(70)씨는 "아무리 추워도 혈압이 올라 집에 있을 수 없었다"며 "전 국민이 분노를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 당진에서 온 조모(61)씨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경호처보다 열 배 많은 인원을 동원해 인해전술로 관저를 에워싸야 한다"며 즉각 체포를 촉구했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을 위해 각종 보온용품과 컵라면, 어묵 등을 무료로 나눠주는 부스를 마련했다.
한편,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2030세대'는 '백골단'으로 이름붙인 관저 수비대를 꾸려 이날 저녁 관저 앞에서 출정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