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서강대 공동 연구진
전기 공급 없어도 흐르는 전류
특수 합금 속 양자현상서 확인
무전력 전자소자, 스핀 양자컴
미래 일상 혁신할 신기술 기대
![게티이미지뱅크](/images/Default-Image.png)
게티이미지뱅크
전기가 없어도 작동하는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전기(電氣) 대신 자기(磁氣)를 이용하는 방식인데, 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 높은 효율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원리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입증해냈다. 이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미래 일상에선 저전력, 무전력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과 서강대 공동연구진은 "상온에서도 큰 ‘스핀 전류’가 발생하는 원리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찾아내 영국 국제학술지 ‘네이처’ 29일 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정명화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전기를 주지 않아도 저절로 전류가 흐를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전력 소모 없는 전자소자인 ‘스핀 소자’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자기기는 ‘전하 전류’로 작동한다. 전류는 물질 내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현상인데, 전자는 전기적 성질인 전하와 자기적 성질인 스핀을 동시에 갖고 있다. 전하의 이동으로 발생하는 전류가 전하 전류, 스핀이 움직여 생기는 전류가 스핀 전류다. 전하 전류는 흐를 때 열이 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많고 효율이 떨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계에선 스핀 전류로 작동하는 전자 소자를 만드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 분야를 ‘스핀트로닉스’라고 부른다. 스핀 전류는 그러나 극저온에서만 소량 나타날 만큼 생성부터 쉽지 않다.
연구진은 철과 로듐 합금이 상온에서 자기적 성질이 바뀐다는(상전이) 사실을 알아냈고, 상전이 순간 스핀 전류가 생길 것을 예측했다. 그리고 고품질 철-로듐 합금 박막을 직접 제작해 나노초(10억 분의 1초) 수준의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난 매우 작은 스핀 신호를 실제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정 교수는 “극저온일 때보다 10배 정도로 큰 스핀 전류였다”고 설명했다. 전하 전류의 한계를 극복할 고효율 스핀 소자 개발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스핀 전류 생성을 상온에서 처음 확인한 국내 연구진. 왼쪽부터 이경진, 김갑진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정명화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택현 세나클 소프트웨어 연구원, 박민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연구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images/Default-Image.png)
스핀 전류 생성을 상온에서 처음 확인한 국내 연구진. 왼쪽부터 이경진, 김갑진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정명화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택현 세나클 소프트웨어 연구원, 박민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연구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연구진은 이 스핀 전류의 생성 원리가 고전역학이 아닌 양자역학 관점으로 해석된다는 점도 알아냈다. 스핀트로닉스 기술이 전자 소자 응용을 넘어 양자컴퓨터를 비롯한 다양한 양자기술의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였다는 뜻이다. 이론적으로 양자컴퓨터는 초전도, 반도체, 스핀 등 여러 원리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물이 나온 건 대부분 초전도 양자컴퓨터라 극저온 환경에서만 작동한다. 상온 스핀 전류가 확인된 만큼 스핀 양자컴퓨터 등장 가능성이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거란 예상도 나온다.
연구진은 “우리가 제시한 관점은 스핀트로닉스뿐 아니라 양자 소자 개발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분야의 혁신을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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