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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제임스 캐머런(왼쪽) 감독이 2023년 1월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TCL중국극장 앞에서 제작자 존 랜도와 함께 각자의 손과 발을 프린팅한 조형물이 완성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역대 세계 최고 흥행 영화는 ‘아바타’(2009)다. 극장에서만 29억2,37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속편인 ‘아바타: 물의 길’(2022)은 23억1,316만 달러로 역대 3위에 올라 있다. 두 영화 모두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연출했다. 캐머런 감독의 ‘타이타닉’(1997)은 극장 매출이 22억2,404만 달러로 역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바타’ 이전까지 12년 동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캐머런 감독은 세계 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 감독이다.
□ 캐머런 감독은 1998년 제7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타이타닉’ 대사를 인용해 “나는 세상의 왕(I Am the King of the World)”이라고 외쳤다. ‘타이타닉’이 작품상과 감독상 등 11개 부문을 휩쓸자 나온 포효였다. 할리우드 흥행 제왕이라고 하나 그는 정규과정으로 영화를 공부하지는 않았다. 미국 플러튼대학에서 물리학과 영어를 전공하다가 1년 만에 중퇴했다. 미국 저예산 영화의 대부 로저 코먼(1926~2024) 감독 밑에서 영화 일을 바닥부터 배웠다.
□ 캐머런 감독은 최근 뉴질랜드 한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등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 시민권 취득이 임박했다”는 말까지 했다. “미국이 역사적으로 옹호해왔던 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미국은 이제 어떤 것(가치)도 옹호하지 않는 나라”라는 이유에서다. 캐머런 감독은 “품위 있는 모든 것이 외면받는 걸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으로 기존 가치를 존중하지 않게 돼 큰 실망을 했다는 거다.
□ 캐머런 감독은 캐나다에서 나고 자랐다. 고교생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대학을 그만두고 수위와 트럭 운전수, 기계 기사로 일했다. 그는 짬 날 때마다 글을 쓰며 미래를 준비했다. 어린 시절 선망했던 할리우드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성공스토리를 썼다. 그에게 미국은 특별한 배경도, 변변한 학력도 없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였다. “(미국)신문 1면에 난 그의 얼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캐머런 감독의 말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이의 분노가 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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