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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광화문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선우(이병헌 분)는 보스 강 사장(김영철 분)으로부터 자신의 젊은 애인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것 같다며 감시할 것을 지시받는다. 선우는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현장을 급습하지만, 망설임 끝에 놓아준다. 그런 선우를 향해 강 사장은 무표정하게 말한다. “몸조심해라.” 말 그대로의 걱정이 아님은 모두 안다. ‘너 이제 곧 죽을 거야’라는 섬뜩한 경고다.
□현실에서도 "몸조심해라"라는 말은 위협적이다. 실제 법원에서 협박죄로 인정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신의 음주운전을 신고한 사람에게 “이 XX야 그럴 수 있냐? 몸조심해라. 가만히 안 두겠다”고 말한 피고인에 대해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2019년 협박죄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도 2021년 병원에서 간호사에게 “몸조심해라, 죽여버린다”고 협박한 피고인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몸조심하라”는 발언으로 시끄럽다. 그가 19일 광화문 천막농성장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한 발언은 정확히 이렇다. “경찰이든 국민이든 누구나 즉시 체포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 누구나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몸조심하기 바랍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직무유기를 비판하면서 내놓은 말이다. 정작 그는 방탄복을 입고서.
□국민의힘은 ‘협박죄’에 해당한다며 공세를 높이지만, 실제로는 발언의 맥락이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할 일이다. 법적인 문제보다 심각한 건 지지자 선동이다. 형사소송법 제212조가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야말로 강도나 소매치기처럼 급박성이 있는 경우의 얘기다. 어느 격분한 지지자가 정말 최 대행을 향해 위력을 행사할지 모를 일이다. 중도층 상당수는 이런 두려움이 크다는 걸 이 대표는 잘 알아야 한다. 총·각목을 동원해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조폭 같은 언어를 쓰는 대통령을 맞는 것 아닌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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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지지하는 지지자는 잠재적 공범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