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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중국과 손을 잡는 방법

입력
2025.03.22 04:30
19면
3 0

중국

편집자주

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



전인대에서 드러난 중국의 전략
미국 견제에도 혁신과 내수 진작
한중 모두 이익 되는 길 모색해야

리창 중국 총리가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NPC·전인대) 개막식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베이징=AP

리창 중국 총리가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NPC·전인대) 개막식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베이징=AP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4기 3차 회의가 지난주 막을 내렸다. 이번 전인대는 경제성장률 둔화, 청년 실업률 상승, 물가 하락 등 다양한 경제 문제에 더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무역·외교 리스크까지 겹친 상황에서 열렸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대내외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리창 총리는 '정부업무보고'에서 "한 세기 동안 볼 수 없었던 변화들이 전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며 "5%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하강의 우려 속에서도 3년 연속 5% 성장 목표를 유지한 것은 중국 정부가 경제 둔화를 강력히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전인대에서 중국 정부가 제시한 핵심 정책 방향은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소비 확대'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재정 적자율 목표치를 역대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4%로 설정하고,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올해 3,000억 위안(약 60조 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 국채를 투입해 소비재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신제품으로 교체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에 쓰고, 중앙정부 예산 7,350억 위안(약 147조 원)을 들여 정부가 국내 투자를 이끌기로 했다. 또한, 시진핑 집권 이후 지속된 '국유기업 강화, 민간기업 위축(国进民退)' 현상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민영경제 활성화와 기업 친화적 정책을 강조했다. 이는 경제계와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해 성장의 내생적 동력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가 이번 전인대에서 강조한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과학기술 혁신'이다. 리 총리는 과학기술과 산업 혁신의 융합 발전을 추진하고, 첨단 제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앙정부의 과학기술 예산을 전년 대비 10% 늘린 3,981억 위안(약 80조 원)으로 책정하고,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6세대 이동통신(6G) 등 전략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미·중 패권 경쟁이 무역과 군사 분야를 넘어 반도체, AI 등 첨단 기술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기술 혁신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향후 미·중 경쟁의 '게임 체인저'가 과학기술과 첨단산업에서 등장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중국 전인대에서 제시한 내수 확대와 기술 혁신의 원대한 그림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중국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생산 과잉, 부동산 시장 침체, 인구 구조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기술 혁신을 통한 첨단산업 육성 역시 상당한 도전과제가 따른다. 서방 국가들이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중국의 AI 및 로봇과 통신산업에 필수적인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중국이 전인대에서 제시한 내수 진작과 기술 혁신 정책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의 내수 진작 정책에 맞춰 우리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소비자 타깃 제품과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고급 소비재, 친환경 제품, 의료 기기 등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기술 혁신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혁신적인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중국 내 기업들과 협력해 공동 연구소를 설립하거나, 기술 혁신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참여함으로써 양국 모두에 이익을 가져오는 접근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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