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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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이 7일 시리아 다마스커스를 방문해 아스아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과도정부 외교장관 등 시리아 측 인사들을 면담했다. 외교부 제공
지난달 김은정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이 시리아를 방문, 아스아드 알 샤이바니 외교장관과 면담한 후 시리아와의 수교 논의가 활발해졌다. 우리 정부는 수교를 추진한다는 방침 아래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리아 과도정부를 이끄는 샴해방기구(HTS)가 과연 어떤 단체인지, 그리고 수교를 맺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논쟁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알카에다 계열의 누스라 전선에서 분리된 HTS를 근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HTS가 과거와 달라졌다며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HTS를 향한 상반된 평가만큼이나 시리아 미래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가 있다. 긍정적 소식은 아흐마드 알 샤라 과도정부 대통령과 마즐룸 압디 시리아민주군(SDF) 사령관이 회동해 SDF의 시리아 정규군 합류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시리아 내 무장조직들의 통합 여부는 미래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지목되어 왔기에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불안 요인도 지속되고 있다. 아사드 정권의 잔당들이 과도정부에 저항하여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조심스럽긴 하나 중동 정세를 고려하면 포용론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가자 전쟁에 이르기까지 오랜 갈등을 겪어온 중동 강대국들은 시리아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재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의 주요 강국들은 자국 미래비전 실현을 염두에 두고 주변국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무엇보다 이들립 지역을 통치했던 경험을 가진 HTS는 생존을 위한 길이 이슬람주의 색채를 덜어낸 온건화 노선임을 잘 인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중시하며 개방적인 온건 노선을 따르려 한다. 이러한 HTS의 행보는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작용하며, 실질적으로 온건 정체성이 더 강화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의 시리아와의 수교 추진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판단된다. 수교가 성사되면 북한을 제외한 유엔 회원국 191개국과 외교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물론 시리아의 분열과 갈등 속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언제든 출현할 수 있다. 하지만 HTS의 대안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시리아 과도정부와의 관여를 확대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시리아의 수교 논의가 결실을 거두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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