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 행복지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어느 가족'의 한 장면.
2012년 유엔 총회가 ‘국제 행복의 날(International Happiness Day)’을 제정한 까닭은 경제 성장 일변도의 국가별 경쟁 구도에서 탈피, 지속 가능한 개발과 환경, 인권 등 비경제적 가치에 근거한 삶의 만족도에 주목하기 위해서였다.
개인·공동체가 중시하는 행복(웰빙)이 경제적 부와 반드시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심화하는 양극화 속에서 평균으로 산정되는 1인당 GDP는 공허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 인권과 환경 등이 행복(감)의 정도를 좌우하는 요소라는 일반적인 인식도 물론 작용했다. 유엔 세계행복보고서-국가별 행복지수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보고서는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솔루션네트워크(SDSN)가 국제 갤럽과 옥스퍼드 웰빙 연구센터 등과 공동으로 140여 개 국가별 최근 3개년 주요 지표와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매년 발표된다. 공정경쟁, 선택의 자유, 부정부패, 사회적 관용 등이 설문조사의 주요 내용으로 포함된다.
한국은 2012년 첫 보고서에서 56위를 기록한 이래 줄곧 50위권에 머물렀다. 지난해에도 조사 대상 143개국 중 52위를 기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G7 국가 최하위인 일본은 51위로 한국과 비슷한 순위에 머물렀고, 미국이 처음으로 상위 20위권에서 밀려나 23위를 차지했다. 북유럽 국가들이 항상 수위권을 유지했고, 핀란드는 7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조사 시점이 전쟁 발발 초기여서 영향력이 제한적이었겠지만 이스라엘은 5위였고, 팔레스타인은 103위였다.
다만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저 지표를 얼마나 의식할지는 미지수다. 일부는 행복지수가 GDP 순위와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게 행복지수의 유일한 의의라고 평하는 이들도 있고, 경제적 양극화·빈곤에 따른 사회적 긴장을 완화하는 이데올로기적 수단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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