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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즐길 꽃 이름을 세어봤더니…

입력
2025.03.19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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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납매(왼쪽 사진)와 풍년화 ⓒ서효원

납매(왼쪽 사진)와 풍년화 ⓒ서효원

아파트 베란다 창가에 두고 기르던 호접란이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다. 시들지 않게 가끔 물을 준 것 말고는 무심했는데도 봄이 되었다며 선물을 준 것이다. 회사 복도와 사무실 창가의 관엽식물들도 우듬지에서 새순을 내고, 밝은색의 어린잎들을 펴기 시작했다. 볕과 온도의 변화가 적은 실내에서도 봄을 알아채고 생체시계가 반응한 것이다.

바깥 식물들의 봄맞이는 훨씬 이전에 시작한다. 봄기운이 느껴지기도 전인 2월 초부터 납매(臘梅)와 풍년화는 길어진 추위에도 꽃이 핀다. 영춘화보다도 앞선 한 달 전에 이미 활짝 피어서 지금은 대부분 졌을 때다. 봄을 연상할 때면 산수유와 매화보다도 납매와 풍년화가 먼저 떠오른다. 사람마다 서로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봄꽃으로 가장 많이 떠올릴 듯한 개나리와 진달래, 철쭉과 목련은 봄기운이 완연해진 무렵에야 개화한다. 대부분은 봄꽃들이 이처럼 나름의 순서대로 피지만, 지역마다 다른 환경과 시기에 피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꽃들도 많다.

산자고 ⓒ서효원

산자고 ⓒ서효원

2, 3월이 되면 봄을 기다리던 '꽃쟁이'들의 SNS에는 변산바람꽃과 풍도바람꽃, 고군산군도의 산자고, 강원도 정선 바위 절벽에 피어 있는 동강할미꽃 사진들로 현란해진다. 꽃을 좋아하거나 꽃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 중에는 이맘때 강원도 대관령이나 선자령의 잔설 사이에서 핀 복수초와 노루귀꽃을 사진과 마음에 담는 것을 버킷리스트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주말 강원도에 눈이 많이 왔다는 소식에 주중 일정을 고민하는 분들도 있을 듯하다. 광양과 구례의 매화와 산수유는 올해도 조금 늦게, 3월 말까지 필 것이라는데 벌써 상춘객이 많이 찾는가 보다.

왼쪽 사진부터 개불알풀, 생강나무꽃, 길마가지나무꽃 ⓒ서효원

왼쪽 사진부터 개불알풀, 생강나무꽃, 길마가지나무꽃 ⓒ서효원

이런저런 이유로 요즘 주말 꽃여행이 쉽지 않은 나로서는 페이스북 친구들이 잘 찍어 올린 사진들로 꽃 갈증을 달래기도 하고, 잠시 집 주변을 산책하며 부지런히 피는 봄꽃들을 만나기도 한다. 광대나물, 개불알풀, 제비꽃과 현호색 종류는 근처 어디에나 피어 있고, 산책로 주변에 심어 놓은 히어리꽃과 운 좋게 만나는 할미꽃도 반갑다. 잠시 신경 쓰고 살펴보면 야산 언저리에서 알싸한 향기를 내며 피어 있는 생강나무꽃과 발레 춤을 추고 있는 길마가지나무의 꽃도 감상할 수 있다.

사과와 배꽃은 아직 필 때가 되지 않아 다행이지만 일찍 개화한 남쪽 매화는 걱정이다. 근래 몇 년간 늦은 봄 꽃샘추위가 봄꽃이 피는 과일 농사를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가본 여의도 주변 벚나무들은 제법 충실하게 꽃망울을 부풀리고 있었다. 조금 늦더라도 보기 좋게 꽃이 필 봄날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서효원 식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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