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크라 최대 63조원 지원안 마련
이번 달 EU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듯
러시아 견제... "푸틴에겐 평화 없다"

카야 칼라스(왼쪽부터)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베아테 마이늘-라이징어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등이 17일 벨기에 브뤼셀 EU 이사회 본부에서 진행된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재차 뜻을 모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노골적인 친(親)러시아 행보로 우크라이나 측 협상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27개국 외무장관 회의가 끝난 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우크라이나에 최대 400억 유로(약 63조 원) 규모 신규 군사 지원 패키지안에 대한 광범위한 정치적 지지가 있었다"며 세부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들은 더 많은 시간과 추가 세부사항을 요구했다"면서도 "대부분 국가는 찬성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는 20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를 사전 조율하는 과정에서 열렸다. EU는 지난달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소 200억 유로(약 32조 원) 지원 카드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그 상한을 400억 유로까지 늘리자는 것이 이번 안건의 핵심이다. 지원 물자에는 200만 발의 포탄, 방공 시스템, 정밀 타격 미사일, 드론 등이 포함된다. 다만 이번 주 안에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달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이사회에 참석하는 모습. 브뤼셀=EPA 연합뉴스
EU의 대규모 군사 지원안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등을 돌리고 있는 악조건을 일정 부분 '상쇄'할 카드가 될 전망이다. 독일의 킬 세계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해까지 미국의 누적 군사 지원 액수는 640억 유로(약 101조 원)였으며, 유럽(EU 27개국과 영국·노르웨이)은 620억 유로(약 98조 원)였다. 블룸버그는 "(지원안은) 러시아와 미국이 (휴전)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필수적인 군사 물자를 제공하는 주요 경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지원안은 협상판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갈 것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한 조처라는 뜻이다.
EU는 대(對)러시아 항전을 계속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를 신뢰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러시아는 (미국과의 휴전 협상 과정을) 온갖 종류의 요구를 제시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외무장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푸틴에 의해 악용돼선 안 된다"거나, "푸틴 계획에는 평화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공개 비판을 가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 휴전안'에 러시아가 이렇다 할 호응을 내주지 않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푸틴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며 종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와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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