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판막협착증, 판막 석회화하는 질병
기존에는 가슴 절개 수술·시술로만 치료
스퍼미딘 복용 시 석회화 유전자 절반 감소

게티이미지뱅크
가슴을 절개하는 개흉 수술 등 치료 방법이 수술·시술밖에 없었던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약물 치료 가능성이 열렸다. 항노화 물질 중 하나인 ‘스퍼미딘’이 대동맥판막협착증 진행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기 때문이다.
20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심장내과 이사민 교수팀은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판막 조직을 분석한 결과 스퍼미딘 복용 시 저하됐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회복, 대동맥판막 석회화가 억제되는 현상을 처음으로 밝혔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의 대동맥판막이 노화에 의해 점차 석회화하면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대표적인 증상은 흉통과 호흡곤란이다. 중증일 경우 2년 내 사망할 가능성이 50%에 달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손상 시 노화와 당뇨, 심혈관질환, 암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우선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판막 조직을 전자현미경으로 분석, 정상 판막 조직보다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도 정상 대조군 대비 저하돼 있다는 점에 착안,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향상시키는 스퍼미딘을 활용해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약물 치료 가능성을 연구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아직까지 가능한 약물 치료법이 없어 가슴을 절개하는 개흉 수술이나 스텐트 삽입을 통해 대동맥판막을 교체하는 타비시술을 받아야 한다.
연구진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판막 세포에 스퍼미딘을 투여한 결과, 석회화 관련 유전자 발현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관련된 지표는 3배 이상 증가했다. 스퍼미딘은 치즈와 현미, 버섯, 브로콜리, 견과류, 대두 등에 풍부하게 함유된 천연 물질이다.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향상시키고 불필요한 세포를 제거하는 기능을 촉진한다.
동물 모델에서도 효과가 있었다. 노화한 마우스를 대상으로 스퍼미딘이 포함된 물을 섭취하게 했더니 심장 판막 조직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호전됐으며 판막 두께도 정상 대조군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섬유화‧석회화 진행 역시 50% 이상 억제됐다.
이 교수는 “약물 치료법이 없었던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스퍼미딘과 같은 항노화 물질이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라며 “향후 임상 연구를 통해 실용화 가능성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혈관 분야 국제학술지인 ‘미국심장학회지 기초 및 중개의학(JACC)’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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