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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 첫발 뗐지만... 3040 정치인들 "기성세대 협잡" 대거 반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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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 첫발 뗐지만... 3040 정치인들 "기성세대 협잡" 대거 반대표

입력
2025.03.20 20: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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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연금법 국회 본회의 통과
'더 내고 더 받는' 모수개혁 합의
구조개혁 뒤로 미룬 '반쪽 개혁'
"청년 희생 전가" "기성세대 협잡"
3040 정치인 등 83명 기권·반대
자동조정장치 등 구조개혁 난항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과 국민의힘 권성동(왼쪽),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금개혁 관련 여야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과 국민의힘 권성동(왼쪽),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금개혁 관련 여야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여야가 18년 만에 '더 내고, 더 받는' 내용의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했다. 보험료율(내는 돈)은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3%로 올리는 게 골자다. 다만 구조개혁은 손도 못 댄 '반쪽짜리' 개혁이다. 그럼에도 일단 모수개혁부터 전격 합의한 데는 조기 대선을 앞둔 지금이 연금개혁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표가 되지 않는 인기 없는 개혁'인 연금 난제를 서둘러 털고 가자는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도 연금 고갈 시기를 고작 9년 늦출 뿐이다. 청년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했다는 반발도 여전하다. 결국 미래세대에게 빚더미를 떠넘기지 않으려면 지속가능한 구조개혁 논의가 지체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매달 6만원 더 내고 9만원 더 받는다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한 20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뉴스1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한 20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뉴스1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여야가 합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후 세 번째 연금 개혁이다. 지난 2022년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특위가 구성된 지 972일 만이다. 3년간 공전을 거듭했지만, 여야 합의 이후 본회의 통과(재석 277명 중 찬성 194명·반대 40명·기권 43명)까지는 속전속결이었다.

개정 연금법에 따르면 연금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2026년부터 매년 0.5%씩), 소득대체율은 40%(2028년 기준∙올해는 41.5%)에서 43%(2026년부터)로 인상된다. 월 309만원을 받는 직장인 기준으로, 매달 6만1,800원의 보험료를 더 내는 대신 수급 연령이 되면 매달 약 9만2,000원의 연금을 더 받게 되는 것이다.

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군 복무∙저출산 크레디트(국민연금 가입기간 추가로 인정) 기간에도 합의했다. 군 복무 시 인정되는 가입 기간은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렸고 출산의 경우, 첫째 자녀부터 12개월을 부여하고 50개월 상한을 폐지했다. 현재는 둘째 자녀부터 가입 기간(12개월)을 인정한다. 저소득 지역 가입자 보험료 지원도 대상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구조개혁을 논할 연금특위는 국민의힘 6명, 민주당 6명, 비교섭단체 1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 활동 기간은 오는 12월 31일까지로 하되 필요하면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기싸움에 무산 분위기, 우원식 중재로 급물살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금개혁 관련 여야 합의문 발표를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금개혁 관련 여야 합의문 발표를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연금개혁 처리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였다. 앞서 보험료율(13%)과 소득대체율(43%) 등 모수개혁에 일찌감치 합의한 여야가 구조개혁을 논의할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구성안에 '여야 합의 처리' 문구를 넣는 문제와 크레디트 보장 기간 등을 놓고 기싸움을 벌인 탓이다. 특히 전날 민주당 소속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과 여야 간사 회동에서 '군 복무 크레디트는 12개월∙여야 합의 문구 삽입'에 합의했지만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이날 오전 '군 복무 크레디트를 18개월로 늘려야 한다'고 강경하게 나오면서 불발 위기에 처했다.

상황을 급반전 시킨 건 우원식 국회의장이었다. 황급히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 중재에 나서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전날 합의대로 군 복무 크레디트를 12개월로 받아들였고, 여당이 원하는 '여야 합의 문구' 삽입은 합의문에는 넣되, 본회의 상정 안건에는 빼기로 하면서 여야를 모두 달랬다.

여야의 전격 합의에는 조기 대선 변수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여야 공히 누가 정권을 잡든 '표가 되지 않는 인기 없는 개혁 난제'를 끌어안고 가는 게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당장 현행 보험료율을 유지할 경우 2034년 적자로 전환되는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감도 작용했다.

우 의장은 연금법 개정안 통과 직후 "오늘 본회의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정치적 갈등과 혼란이 극심한 속에서 국민 삶의 문제에 양보와 결단으로 협상에 타결한 여야 정당에 깊이 감사한다"고 밝혔다.

김재섭 등 3040정치인들 "청년 세대 희생 전가" 반발

역사적 합의라는 자평에도 정치권에선 '청년세대의 희생을 전제로 기성세대의 노후 부담을 떠넘긴 미완의 개혁'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1987년생인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것은 개혁에 대한 합의가 아니라 정치 기득권을 장악한 기성세대의 협잡"이라며 "오늘 상정할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공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 김 의원을 비롯한 우재준, 배현진(국민의힘), 이소영, 장철민, 전용기(더불어민주당), 이준석, 천하람(개혁신당) 등 3040 세대 여야 정치인 83명이 대거 반대 또는 기권표를 던졌다. 당내 중진인 안철수 의원도 SNS를 통해 "반쪽짜리 개혁에도 못 미친다"며 "이번 개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야 한다"며 구조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일단 모수개혁을 마무리 지었지만, 구조개혁을 두고 또 한 번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기초·퇴직·개인연금 등 국민연금과 연계된 다층적 소득 보장체계 개편 및 재정 안정 문제 등을 논의하는 구조개혁 문제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연말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다. 다만 여당은 연금의 지속가능성과 미래세대 부담 최소화를 위해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야당은 민주노총 등 노동계 반발을 이유로 아직은 소극적인 입장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여야 공히 구조개혁 완수를 약속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향후 연금특위에서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보다 근본적인 개혁 논의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개혁안 통과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정치적 이해타산을 배제하고, 국민의 미래를 위해 연금제도 전반의 구조를 개혁하는 작업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건희 상설특검법 등 野 주도 통과

이날 본회의에선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규명할 상설특검 요구안과 인천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상설특검 요구안도 야당 주도로 통과했다. 김건희 상설특검안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삼부토건, 우리기술의 주가 조작 관여 의혹 △명품가방 수수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에 대한 상설특검 수사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마약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안은 2023년 영등포경찰서 마약밀매 조직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외압을 행사했는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정승임 기자
우태경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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