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선 '러브콜', 유럽 방위비 강화 기회로
1조6,000억 원, 해외 공장 설립 등에 투자
미국 해양방산 거점 확보에도 8,000억 원
금감원 "유상증자 계획 중점 심사하겠다"

김동관(왼쪽) 한화그룹 부회장이 1월 2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마이크 왈츠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에서 선두로 올라서려 칼을 빼들었다. 미국 군함을 만드는 호주 방산업체 오스탈의 적대적 인수 합병을 추진하는 데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통해 3조6,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 '실탄'을 넉넉히 확보해 해외 대형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유럽 방위비 증가와 자주국방 추구, 미국 조선산업 기반 강화 움직임 등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지금이 사업을 확장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걸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 규모는 한국 증시 역사상 가장 크다고 알려졌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신주 배정일은 4월 24일, 구주주 청약은 6월 3일부터 이틀간이다. 실권주 일반 공모 청약 기간은 6월 9, 10일이다. 실권주 일반 공모는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할 때, 기존 주주들이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지 않아 발생한 실권주를 일반 투자자에게 공모(공개 청약)하는 방식이다.
한화에어로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는 자금 중 1조6,000억 원은 현지 공장 설립 등 해외 지상방산 거점 투자와 방산 협력을 위한 지분 투자에 활용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과 각국 방위력 강화 정책에 따라 방위비가 증가하고, 대공∙포병∙장갑차 등 지상무기체계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유럽과 중동 등에서 단순 무기 구매보단 현지 생산 투자를 조건으로 한 협력 모델을 선호하는 걸 감안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며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에어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해양방산∙조선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데도 8,000억 원을 투자한다. 미 의회에서 조선업 강화법 및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이 발의되는 등 미국 내에서도 이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화에어로 측은 “미 해군 함정 조달 및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이 향후 10년 이상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화에어로 자회사인 한화오션이 미 해군의 수상함과 지원함 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미사일·로켓·포탄 등의 추진제에 사용되는 고체연료 추진 시스템의 스마트 팩토리 시설과 주요 방산 사업장 설비운〮영에 9,000억 원을, 무인기용 엔진 개발 시설에 3,000억 원을 각각 투자한다.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이사는 "성장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지속적인 이익과 기업가치 증대로 이어져왔다"며 "전략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톱-티어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한화에어로가 제출한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해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증자 규모가 크고, 1999년 이후 첫 유상증자인 점 등을 고려해 중점심사 대상으로 심사할 계획"이라며 "투자 판단에 필요한 중요 정보의 충실한 기재 여부 등을 면밀히 살피고, 신속한 심사로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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