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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화국면으로의 전환

입력
2014.08.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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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정부가 북한에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을 19일 판문점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함으로써 남북관계 복원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8ㆍ15 광복절과 교황방문,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둔 시점에 대화제의를 한 것이라 타이밍도 좋다. 아마도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를 잘 치른 자신감이 반영된 것 같다. 정부여당이 이제는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지도 모른다. 한계에 도달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북방에서 찾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한동안 선거가 없는 지금부터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대북정책을 적극화할 수 있는 좋은 시기다.

북한도 연초부터 중대제안, 특별제안, 정부성명 등을 연이어 내놓으며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터라 대화제의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회담일정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열리는 시기라 북한의 고민이 길어지는 것 같다. 북한은 UFG 훈련을 ‘북침핵전쟁연습’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올 봄 키리졸브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되고, 과거에도 군사훈련 중에 장관급회담이 진행된 전례가 있어 북한이 통 크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 정부가 고위급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문제와 쌍방의 관심사항 모두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한미군사연습문제, 5ㆍ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쟁점현안 모두를 의제화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제안에 대해 북측이 시기조절은 요구할 수 있겠지만 완전히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정부의 통일정책 목표는 평화통일이며,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교류 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의 흡수통일배제 선언’으로 볼 수 있다. 급변사태나 흡수통일의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공공연하게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는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드레스덴 선언을 ‘불순한 체제통일 야망’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반발을 어느 정도 누그러트릴 수 있을 것이다.

관광객 피격사건,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을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면 고위급 접촉에서 현안을 포괄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 비밀접촉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현 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한 오해를 풀고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고위급 접촉을 통해서 지난 시기 남과 북 사이에 있었던 불미스런 일들에 대한 포괄적 정리를 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야 한다.

최근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북일관계도 남북관계 복원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5월 스톡홀름 북일합의 이후 북한이 다양한 형태의 방사포와 미사일을 동원해 연이은 무력시위를 하는 것은 미국 항공모함의 한국 입항과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맞서 억제력을 과시하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미협상과 남북대화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따라서 무력시위는 성능향상과 함께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북한이 원하는 북일 국교정상화 등을 이루려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한 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요인이 어디에 있건 현 단계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남측이 예정된 군사연습을 ‘로-키(low-key)’로 진행하면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여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을 촉진하는 것이다. 북한이 지금까지의 핵 억제력 강화와 미사일 및 방사포 성능개량에 성과가 있다고 자평한다면,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이를 억제력으로 삼아 북미협상에도 적극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압박 위주의 북핵 해법이 북한 핵능력의 고도화를 막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했다. 남북관계 복원과 함께 한미도 사실상 실패한 ‘선핵폐기론’을 수정해 북핵 고도화를 막기 위한 협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북핵 폐기도 중요하지만 동결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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