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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통일준비의 핵심가치

입력
201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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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하면서 통일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더욱 뜨겁다. 2015년은 분단 70년이 된다. 분단 고착화가 지속될지, 아니면 통일을 위한 변곡점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과거의 추세가 미래를 읽는 척도가 된다면 30년 후 불행하게도 분단 100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단 고착과 통일 전환의 갈림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범국민 기구로서 통일준비위원회의 발족은 역사적ㆍ민족적 의미가 크다. 그렇다면 모처럼 만들어진 통일에 대한 높은 관심을 어떻게 실제 통일기반을 구축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동력으로 활용할 것인가.

탈 냉전기 이후 4반세기 동안 대치와 충돌로 점철된 남북관계를 돌이켜 본다면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기반 구축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배경에는 무엇보다 우리 통일정책에 대한 북한의 오해와 반발, 그리고 국내적 혼선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통일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정책 목표는 평화통일이며 북한을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교류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평화통일의 기본원칙을 재천명했다. 소위 ‘흡수통일론’을 부정한 것이다.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도 ‘통일헌장’을 제정해 통일에 대한 국가적 입장을 재정립하고 명문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런 노력들이 북한의 반발과 국내적 혼선을 상당 부분 불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이번 기회에 통일정책을 더 명확히 하기 위해 통일준비의 핵심가치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통일의 핵심가치는 통일의 방법과 전략이며, 통일준비와 남북관계의 진전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며, 또한 대북사업을 선정하고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여기서는 통일의 핵심가치로서 화해와 평화와 통합을 제안한다. 취지는 아래와 같다.

첫째, 화해와 통합과 평화는 먼 훗날의 통일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실천전략이며 방법론이다. 사실 아무리 좋은 통일방안이 있고, 통일논의가 풍성하더라도 그 자체가 통일을 진전시키지는 못한다. 자칫 통일에 대한 높은 관심이 통일을 강조하는데만 그친다면 통일대박론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에 대한 높은 관심을 실질적인 통일의 진전으로 만들기 위해 통일의 실천전략으로서 화해와 통합과 평화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 왜 많은 남북관계의 가치 중에서 화해와 통합과 평화에 주목해야 하나? 화해 없는 통일, 통합 없는 통일, 평화 없는 통일을 상상해 보자. 우선 화해와 통합과 평화가 없는 통일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설사 발생하더라도 화해와 통합과 평화가 없는 통일국가는 극심한 내부 분쟁과 갈등에 시달리며 국제경쟁의 낙오자가 될 것이다. 통일의 혜택보다 통일의 혼란과 비용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일의 진정한 가치와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통일에 앞서 화해와 통합과 평화가 진전돼야 한다.

셋째, 화해와 통합과 평화는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는 통일의 필요조건이다. 사실 통일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건과 같다. 다만 준비를 많이 할 때 발생 가능성이 높고,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독일의 사례를 본다면 통일은 정부와 국민이 예상치 못한 시기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왔다. 사실 독일당국은 통일 자체를 위한 정책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화해와 교류와 평화에 전념하는 ‘동방정책’을 추진했다. 독일은 자신의 통일노력과 무관하게 발생한 소련의 고르바초프 등장, 냉전해체, 동독내부의 변동으로 인해 발생한 통일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뿐이다. 만약 동서독 간 화해와 평화와 통합이 없었다면 독일이 지연됐거나,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을 것이다.

넷째, 통일의 3개 핵심가치는 대북사업을 평가하고 추진하는 기준이 된다. 개성공단사업이 지속되는 것은 이로 인한 화해와 평화와 통합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DMZ 세계평화공원사업, 각종 지원사업도 이런 효과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통일전략지도에 통일 목적지는 있지만 가는 길은 알 수 없다. 화해와 통합과 평화의 가치와 기준은 목적지로 인도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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