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초등학교 입학식에 온 것 같아요. 불안하고 걱정되고 떨리네요.”
양현석(47) YG엔터테인먼트(YG) 대표가 모처럼 무대에 섰다. YG가 2009년 투애니원(2NE1)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걸그룹 블랙핑크(BLACKPINK)의 첫 출발을 직접 알리기 위해서다. 그 사이 YG는 보이그룹 위너와 아이콘 등 신인그룹을 잇달아 배출했지만 양 대표가 데뷔 무대에 함께 한 적은 없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모스스튜디오에서 열린 블랙핑크 데뷔 기념 쇼케이스에 참석한 양 대표는 “여자그룹을 만드는 게 남자그룹보다 5배는 힘든 것 같다”며 “신경 쓸 부분도 많고 공들일 점도 많았는데 (블랙핑크 멤버들이) 무대가 처음이라 많이 떨 것 같아서 도움 차 같이 나왔다”고 말했다. YG에서 4~6년이란 연습기간을 견디고 데뷔 싱글앨범 ‘SQUARE ONE’으로 데뷔한 네 명의 멤버(지수, 제니, 로제, 리사)에 대한 양 대표의 애정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늘씬한 키와 여성스러움과 귀여움이 묻어나는 멤버들의 얼굴이 우선 눈에 띈다. 기존의 YG 성향과 반대로 가보고 싶었다는 양 대표는 “빅마마나 빅뱅, 투애니원 모두 보여지는 외모보다 실력을 앞세웠던 그룹이었다. 늘 주류시장의 반대방향으로 가곤 했다”고 밝혔다. 그는 “20년 동안 한 패턴으로 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외모도 예쁜 그룹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양 대표는 “음악까지 귀여운 콘셉트로 하긴 싫었다”고 밝혔다. 블랙핑크는 투애니원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강렬한 비트와 랩, 당당한 카리스마를 표현했다는 격렬한 춤으로 무장했다. 양 대표는 “4명이란 멤버 수 때문에 투애니원과 비교되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7년 전 탄생한 투애니원과는 목소리 하나부터 개성 모두 다 다르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정도 지켜보면 투애니원과 뭐가 다른 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YG의 신인 걸그룹이 데뷔한다는 소식은 이미 4년 전부터 가요계에서 공공연하게 알려졌던 사실이다. 블랙핑크의 늦어진 데뷔를 두고 팬들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양 대표는 “콘텐츠라는 것이 시간을 정해놓고 만들어서 결과가 좋은 적이 별로 없다”며 “빨리 데뷔시키고 앨범을 자주 내서 팬들을 만족시키는 것 이전에 아티스트가 먼저 자신의 실력에 만족하고 YG의 프로듀서들을 만족시키는 게 먼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춤과 노래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한 다음 대중에게 선보이려다 보니 블랙핑크가 탄생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점을 양해해달라”며 웃었다.
오랜 연습기간을 거친 만큼 멤버들끼리의 단합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단다. 블랙핑크가 되기 위해 땀을 흘린 수 많은 연습생 중 네 명이 최종 발탁된 이유도 “네 명이 가장 친했기 때문”이다. 블랙핑크엔 리더도 없다. 마음 맞는 네 명의 친구들이 늘 상의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라는 뜻에서다. 양 대표는 “데뷔 10주년이 된 백뱅의 가장 큰 힘도 5명이 똘똘 뭉치는 단합”이라며 팀워크를 중시했다.
유독 걸그룹이 비율이 적었던 터라 블랙핑크 데뷔를 앞두고 제작을 진두 지휘한 그의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다. “지금은 아내가 된 이은주가 소속됐던 스위티, 투애니원에 이어 세 번째네요.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YG의 대표주자가 되길 희망합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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