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전과 후… 서울 초등학교 교사]
23년 동안 교직생활을 해 온 서울 A초등학교 김민석(가명ㆍ46) 교사는 다가올 소풍이 여느 때와는 전혀 다른 소풍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학생 인솔자인 교사들은 소풍 장소의 입장료 등을 면제받았는데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해 학교 예산으로 처리하기로 했다”며 “학생들이 주는 김밥이나 음료수도 일절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에 교사들이 적용대상이 되면서 생겨난 변화다.
교사들은 무엇보다 학교 내 관계가 전반적으로 삭막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당장 김 교사의 학교도 이날 현장체험학습에서 학생이 준 음료수를 거부하자 학부모로부터 “고마움의 표현인데 이 정도는 받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왔다. 김 교사는 “초등학교는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교육이 이뤄지는데, 전면 차단돼 버려 너무 삭막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나 관련 업체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거절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지만 교사로서 자긍심에 상처를 안기는 것도 사실이다. 김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이 이미 10년 전부터 업무 관련 청탁이나 금품 수수를 강력히 금지해 현장에선 거의 사라졌는데도, 잠재적인 범죄집단처럼 인식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김영란법 전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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