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전과 후… 경제부처 공무원 과장]
경제부처 이모(48) 과장의 식사 약속 일정표는 28일 이후 텅 비어 있다. 27일까지만 해도 동료 공무원, 출입기자, 국회 보좌관 등과의 약속으로 빈틈이 없었지만, 10월에는 점심 약속 2개가 고작이다. 그마저도 약속 자체를 취소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앞으로 그가 사람을 주로 만나는 곳은 식당이나 커피숍이 아닌 사무실이 될 전망이다. 타 부처 및 타 기관과 업무를 조율해야만 하는 업무 특성상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지만, 청사 밖에서 누가 계산을 하든 돈을 써 가며 사람을 만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만나는 사람 역시 주로 김영란법 대상이라 주변의 시선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더치페이를 하는지, 3만원 이상 음식을 먹지는 않는지 감시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싫다”고 했다.
그의 사무실엔 지금까지 작은 선물이나 음료수를 들고 오는 타 부처 공무원이나 민원인이 줄을 이었지만, 앞으로는 조그만 선물이라도 들고 찾아오는 사람은 무조건 돌려 보낼 작정이다. ‘직무 연관성’이 법 위반의 판단 기준이라지만, 전례가 없어 어디까지가 허용되는지 감을 잡기 어려워서다. 청탁방지담당관에게 문의하면 된다고 하지만 되도록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답만 돌아올 게 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김영란법 전과 후
☞대관업무 담당 대기업 과장 “평소 부탁 전화 10여통 왔는데…”
☞공과금 수납 담당 은행원 “법 적용대상인지 잘 몰라서…”
☞서울 초등학교 교사 “학생들 가져온 음료수도 안 받아”
☞복어요리 전문점 주인 “낮ㆍ저녁 밥 먹은 손님 10명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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