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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외교, 이제 정정당당할 때다

입력
2018.06.29 10:20
수정
2018.06.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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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우리 외교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성공적인 평창올림픽 개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회담의 중재 등 놀랄 만한 성과였다. 4강 외교도 지난주 러시아 방문으로 마무리 졌다. 이제는 결실을 맺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때다.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외교의 참 의미를 되새기면서 국민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한껏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결실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3월 대선 출정식에서 그의 국가상을 발표했다. “상식이 상식이 되고 당연한 것이 당연한 그런 나라...역사를 잊지 않는 대통령이 있는 나라... 당당하고 품격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포부를 알렸다. 그러면서 그는 “조화를 이루고 사는 존중과 통합의 공동체가 돼야 합니다”라면서 소통과 조화, 균형과 통합을 국정 철학으로 내세웠다.

집권 1년 동안 그의 외교나 외교사에 대한 행보에서는 그런 초심을 볼 수 없다. 외교는 물리적인 국익만을 추구하는 수단이 아니다. 정성적인 국익도 존재한다. 기업의 홍보 효과와 같은 의미다. 기업이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알리는 홍보에 매진하는 이유도 이런 정성적인 이익 계산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외교는 국민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고양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래서 우리 지도자는 우리나라의 권리와 권익을 대외적으로 정정당당하게 요구하고 관철시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굴욕과 굴복을 피하는 것이 최상의 임무다. 이를 다할 때 비로소 우리 국민은 나라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도 가진다. 국제무대에서도 국가의 일원들이 민족주의가 아닌 인류보편주의에서 국익과 세계를 위해 종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상 외교는 국민에게 정정당당함과 역사를 잊지 않는 지도자의 기세를 보여 주지 못했다. 남북관계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모든 것이 희생됐다. 작년 6월 방미에서 사드 문제에 이의 제기도 하지 못했다. 12월 방중에서는 전무후무한 홀대를 겪었다. 우리 기자 폭행 사건이나 미세먼지 등은 미제로 남았다. 일본은 방문 대신 다자회의에서 회담으로 마무리 졌다. 지난주 방러 때도 신북방경제에 함몰되어 실질적인 합의사항은 없었다.

6ㆍ25 추모식 행사를 불참하는 대신 유엔참전용사의 넋을 기리는 글을 올렸다. ‘잊힌 전쟁’을 우리 스스로가 더 잊혀지게 만드는 자충수였다. 나라의 추모식도 불참하는데 남의 나라의 기념공원에 추모벽을 세우겠다는 것은 조롱감이다. 게다가 ‘종전선언’ 문제에서도 정부의 입장은 불명확하다. ‘판문점 선언’에서 미국을 배제한 ‘남과 북이 종전선언’하는데 합의했다. 이는 전쟁이 내전이라는 북한의 관념을 수용한 것이다. 이 논리라면 종전선언은 전쟁 책임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전제한다.

이밖에 우리의 납북자 문제를 비롯해 북한 인권 문제와 북한의 지난 만행에 대한 사과도 받아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과거 우리 독재자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억울함만이 억울함이 아니다. 북한의 만행에 희생된 우리의 무고한 국민들의 억울함도 이제는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독재자에 희생된 이들도 유념해야 한다.

‘종전선언’에 중국이 당사자를 자처하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중국이 그동안 부인했던 한국전쟁의 공식 참전의 입장을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정규군인 ‘인민해방군’이 아닌 중국 ‘인민지원군’이 참전한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다. 중국의 종전선언 당사국 주장은 이제 한중 수교 때 받아내지 못한 중국의 사과를 받아낼 수 있는 호기다. 이런 사과를 우리는 정정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우리의 외교 판을 잘 깔아 놨다. 이제는 우리의 판에서 우리 국민에게 자긍심과 자부심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정성적 외교성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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