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글로벌 경영 강화’ 차원에서 새 전용기를 올해 하반기에 추가 도입한다. 신규 전용기가 도입되면 SK는 모두 3대 전용기를 보유하게 돼,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전용기를 운영하는 회사가 된다. 특히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의 잠재적 유력한 인수자로 꼽히는 SK가 전용기를 도입한다는 점에서 항공업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오는 9월쯤 미국 걸프스트림의 ‘G650 ER’을 국내로 들여온다. G650 ER은 길이 30.41m, 폭 30.36m, 높이 7.72m로 최대 19명이 탈 수 있는 걸프스트림의 최신예 기종이다. 약 1,040 km/h 속도로 비행하면서 최대 항속거리가 1만 3,890㎞에 달해 서울에서 출발해 미국 동부권과 유럽 전역을 논스톱으로 운행하는 게 가능하다.
한 대당 가격은 약 760억원 정도. 최신예 기종인 만큼 현재 주문해도 도입까지 2년 정도 걸릴 정도로 세계 각국의 부호들로부터 인기가 좋다. 업계에서는 SK 역시 이 비행기를 적어도 최소 2년 전에는 구입을 결정, 계약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는 이미 걸프스트림의 G550과 프랑스 에어버스사 A319-115 등 두 대의 전용기로 운영하고 있다. 14인승 G550은 2009년, 15인승 A319는 2015년 도입됐다. A319 도입 당시 G550을 매각할 거라는 관측이 높았지만 SK그룹의 글로벌 경영이 확대되면서 두 대를 모두 쓰고 있다.
SK는 이번에 도입하는 G650이 G550을 대체할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글로벌 비즈니스 수요 증가와 기존 업무용항공기 노후로 교체를 추진 하느라 새 전용기를 들여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K가 최근 해외에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공장을 잇달아 건설하는 등 글로벌 비즈니스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3대를 한꺼번에 비즈니스용 전용기로 운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ICT기반의 사업을 펼치면서 해외 비즈니스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기존 전용기 매각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3대를 모두 그대로 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K의 전용기 도입은 마침 최근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소식과 맞물려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SK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는 일찌감치부터 돌고 있는 상황. 지난해 7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태로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론이 다시 불거졌을 때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아시아나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문이 확산될 만큼 SK는 아시아나항공 유력한 인수자로 첫 손에 꼽혀 왔다. SK 역시 지난해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해 항간에 떠도는 ‘SK항공’ 출범 가능성의 군불을 계속 지펴왔다. SK는 “내부적으로 인수 움직임은 없다”는 유보적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투자은행(IB)업계와 재계는 매각 절차가 본격화 되면 SK가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등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국적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산업은행 등이 사모펀드 업계를 제외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 간 시너지, 인수 자금 보유력 등을 감안해 보면 SK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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