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송강호 실제 모델… “언젠간 꼭 잡힐 것으로 믿어와”
”당시 용의선상에는 없었는데, 언젠간 반드시 잡힐 것으로 믿었다.”
최악의 장기미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1994년 처제 성폭행 살해범 이춘재(56)가 지목된 18일 하승균(73) 전 총경은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달려왔다. 그는 “유력 용의자가 확인됐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나 잠을 설쳤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하 전 총경은 화성연쇄살인 당시 수원경찰서 형사계장이었다. 경기도 바닥에서 알아주는 ‘사건통’이었지만 화성연쇄살인사건만큼은 30년 넘게 해결하지 못했다. 그 때의 한 때문에 10여 년 전 퇴직한 뒤에도 개인적으로 수사를 이어갔다.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 박두만 형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그 덕에 은퇴한 지 한참 지난 지금도 피해자들 이름과 날씨 등 사건 현장 정보들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하 전 총경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진범을 잡아도 처벌을 못 한다고 들었다"며 "용의자 실제가 밝혀져 기분이 좋으면서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하 전 총경은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력 용의자 이춘재가 당시 경찰 수사 용의선상에 없었던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등잔 밑이 어두웠다는 얘기다. 이춘재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시에서 처제를 강간 살인한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4년간 부산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다. 마지막 연쇄살인인 10차 사건이 발생한 게 1991년 4월이니 3년여 만에 청주에서 붙잡혀 언론에도 크게 보도됐던 그를 알아보지 못한 셈이다. 당시 걸음마 단계였던 과학수사 기법을 원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 30주년이었던 2016년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간의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진범은 키 168㎝ 정도에 마른 체구의 B형 50대 남성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유력 용의자가 확인됐고, 이제 그에게도 마지막 남은 퍼즐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이날 오전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진행된 언론 브리핑이 끝난 뒤 하 전 총경은 취재진에게 “수감 중인 그를 만나러 교도소로 면회를 갈 생각”이라며 “목격자 진술과 당시 자료가 머릿속에 다 있으니 내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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