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는 올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류현진(32ㆍLA 다저스)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시즌 14승5패에 평균자책점 1위(2.32)를 찍은 류현진의 거취를 두고 현지 언론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류현진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 빅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은 한국인 투수가 한 명 더 있다. 올해 KBO리그에서 17승6패 평균자책점 2.51의 빼어난 성적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연 김광현(31ㆍSK)이다. 실제 그의 등판 경기마다 빅리그 스카우트들이 몰려다녔다.
메이저리그에 정통한 관계자는 29일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팀과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동부지구 팀들은 이미 정규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주변 사람들을 통해 김광현의 몸 상태와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 등을 파악했다”며 “현재도 김광현 영입에 관심을 보인 구단은 최소 5개 팀”이라고 전했다.
아직 SK 신분이라 구단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만 김광현은 최근 지인들에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마음을 굳힌 그는 선발이든, 불펜이든 보직도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앞서 그는 빅리그 문을 두드린 적이 있다. 2014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샌디에이고, FA 자격으로 2016년 시카고 컵스와 협상을 했지만 보직 및 세부 사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무산됐다.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빅리그 구단들이 물음표로 삼았던 건강 문제를 완전히 지워냈다. 투수에게 치명적인 어깨 부상으로 2011년과 2012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2016년말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아 2017년을 통째로 건너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올 시즌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으로 건강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직구 평균 구속은 포스팅시스템을 신청할 때인 2014년 146.7㎞보다 올해 147.1㎞로 더 향상됐다.
5년 전보다 김광현에 대한 현지 평가도 좋아졌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팀의 스카우트는 “2014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처음 시도했을 때는 어깨 부상 후유증이 남아있던 것처럼 보였고, 미완의 대기 같은 느낌이 있었다”며 “하지만 올 시즌엔 투수로 완성된 모습이었다. 빅리그 시장에 나온다면 복수의 구단이 영입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방구단 트레이너는 “평균적으로 메이저리그 투수는 27~28세에 최고 구속을 찍고, 30대부터 운동 능력이 저하되면서 구속이 급격하게 떨어지지만 김광현은 30대에 접어들었어도 구속 저하가 오지 않고 있다”며 “메이저리그는 ‘운동 능력 종결자’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김광현도 운동 능력 면에서는 KBO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운동 능력이 떨어지기 전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야 성공할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꿈을 이루려면 하루라도 빨리 도전하는 게 좋지만 빅리그 진출은 선수 의지로만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김광현은 FA도 아니고, 포스팅시스템 대상자도 아니다. SK 구단의 허락을 반드시 받아야 임의탈퇴 신분으로 미국에 갈 수 있다. 자유의 몸이 되려면 2년 뒤 만 33세,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때는 34세가 된다.
SK는 신중한 입장이다. 올 시즌 다잡은 우승을 마지막에 놓친 탓에 내년을 벼르고 있는데, 1선발이 빠지면 팀 전력에 큰 구멍이 생긴다. 그래서 김광현이 팀에 남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시즌 후 손차훈 SK 단장이 김광현과 한 차례 만나 서로 의사를 확인했다. 결론은 프리미어 12 대회를 마치고 내기로 했다. 손 단장은 “대표팀에 있는 (김)광현이가 대회에 집중하고 싶어해서 다 마친 뒤에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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