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사카 총영사? 지난 6ㆍ13 지방선거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오사카 총영사 자리가 공천 희망자들 간 ‘교통정리’ 수단으로 거론됐다고 한다. 오사카 총영사 자리가 ‘입막음용’ 내지 ‘논공행상용 떡’으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명 ‘드루킹’ 김동원이라는 사람은 대선 과정에서 자기네 모임이 기여한 데 대한 대가로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달라 했다고 한다. 거론으로 끝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용산참사 문제로 경질됐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오사카 총영사에 임명됐었다. 어처구니없게도 김 총영사는 19대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불과 9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현 오태규 총영사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출범한 위안부 합의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던 오 총영사는 한일 외교 협상 과정을 모두 공개하고 비판하는 결론을 내리더니 오사카 총영사에 임명됐다. 언론 경력 30년 언론인이 해외공관장에 임명되는 것은 북미, 유럽 등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더욱이 당초 위안부 합의 TF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민간인을 위원에 임명한다고 했었다. 공정한 평가를 내려준 신망 높은 민간 언론인을 바로 고위 공직에 임명하는 이 기막힌 ‘논공행상’은 오사카 총영사 자리가 ‘보은’의 수단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왜 오사카 총영사를 선호하는지 짐작은 된다. 오사카 총영사직은 외교부의 재외 공관장 자리 중 최고위직에 속한다. 외무고시 출신들은 보통 대사를 한 두 번 해야 갈 수 있는 자리다. 직급이 높고, 직원도 웬만한 대사관보다 많다. 한 마디로 폼 난다. 반면 대사관과 달리 까다로운 정무 업무는 없다. 동포사회가 안정되어 있어서 골치 아픈 민원이 적다. 치안이 좋고 생활 환경도 좋다. 가장 좋은 점은 지리적 근접성이다. 오사카 시내에서 서울까지 5시간이다. 여차하면 언제든 들어올 수 있다.
재외 공관장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니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떡’으로 쓴다 해서 위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오사카는 위정자들이 ‘떡’으로 써도 좋을 만큼 가벼운 곳인가? 오사카 인구가 880만명으로 서울에 육박한다. 연간 지역총생산으로 따지면 약 429조원(2016년)으로 서울(약 422조원ㆍ2018년) 못지 않다. 역사적으로도 오사카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드나들던 곳이다. 현재도 오사카부에만 재외동포가 약 13만명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경우 대선 과정에서 기부금을 많이 낸 사람들에게 대사 자리를 포상처럼 나눠 주기도 하지만, 대개 유럽 소규모 대사관으로 보낸다. 오사카 같은 대규모 공관을 논공행상용으로 쓰는 경우는 미국에서도 흔치 않다.
오사카 총영사는 꼭 외교관만 가야 된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임명 경위가 ‘논공행상’이든 ‘교통정리’든 정무적으로 임명된 총영사들이 좋은 성과를 보여준다면 뭐가 문제겠나? 그런데 별로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한일 갈등 이후 불매운동 악화로 오사카 지역 한국인 영세 무역, 관광업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총영사관이 이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달래 주고 있나? 한국만 나가면 일본 방사능 때문에 괜찮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정작 오사카 총영사관 홈페이지에는 오사카 방사능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정말 우려할 만한 수준인지 아닌지 일언반구 설명도 없다. 다들 걱정이라는데 총영사관만 태평해 보인다.
오사카에 사는 한국인도 한국인이다. 우리 헌법 2조 2항은 정부에 재외국민 보호 의무도 부여하고 있다. 대선, 총선 때면 투표도 한다. 그런데 막상 이 나라 지도자들이 오사카 총영사직을 대하는 것을 보니 가벼워도 이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보은’ 내지 ‘교통정리’ 차원에서 임명되는 공직자가 관할하는 구역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길이 없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ㆍ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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