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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검찰의 수사, 기소 분리방안

입력
2020.03.1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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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권력의 분산과 통제는 특정 정권의 정책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총선 대비 전국 18개청 지검장 및 59개청 공공수사 담당 부장검사 회의. 배우한 기자
검찰권력의 분산과 통제는 특정 정권의 정책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총선 대비 전국 18개청 지검장 및 59개청 공공수사 담당 부장검사 회의. 배우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월에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사건(개정된 검찰청법 4①)에 한정하여 수사와 기소를 각각 다른 검사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검사 간의 업무분담이라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도 시행할 수 있다. 지금은 수사검사가 기소와 불기소를 결정한다.

개선안에 따르면, 수사를 마친 A검사가 그 사건기록을 B검사에게 보내면, B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러면 수사검사는 전가의 보도와 같은 기소권이라는 무기를 빼앗기게 된다. 특히 (특수부)검사는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타격이 클 것이다. 수사와 기소 분리는 수사 과정에서 수사검사에게 생긴 유죄 심증의 예단을 차단하게 된다. 그 결과 무리한 수사와 기소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으며, 검사 상호 간의 권한 행사에 대한 견제 효과도 기대된다. 또한 수사 못지않게 기소와 공판에 역량이 집중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따라서 법무부가 비대한 검사의 권력을 통제하여 적정한 직무수행으로 이끌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검사들의 성향이 비슷하여 일반 사건에서는 의견차이가 크지 않겠지만, 정치적 사건에서 갈등을 드러낼 수 있다. 다만, 기소검사가 모든 사건의 기소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할 때에는 미리 소속 ‘검찰청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검사가 직접 수사할 범죄는 대부분 중요한 사건이라 검사장의 승인 대상일 것이다. 검사는 행정부 공무원이라 소속 상급자의 지휘ㆍ감독을 받아야 한다. 만약 검찰총장과 검사장이 서로 모순되는 직무상 명령을 한 경우에는 직속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공무원의 복종의무의 한계와 행정조직의 계층적 질서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검사의 직무분담을 어떻게 나누든, 검찰 지휘부는 그 뜻대로 할 수 있다. 검찰총장,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사, 기소를 분리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기관장 지휘를 받는 검사가 자기 의견을 관철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폭압정권 아래서 검사의 기개를 드높인 사례도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대일굴욕 외교에 반대하는 저항에 직면하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중앙정보부는 북괴의 지령으로 국가변란을 기도했다는 ‘인민혁명당’(1차 인혁당사건)을 적발했다며, 41명을 구속한 후 서울지검에 송치했다. 검사 이용훈, 김병리, 장원창, 최대현은 고문하여 조작된 사건임을 알고 기소를 거부했다. 그러자 차장검사 명의로 기소하려고 했지만 차장검사 여운상도 거부했다. 신직수 검찰총장의 명령으로 서울지검은 구속만기일에 당직검사 명의로 기소했다. 기소를 거부하였던 검사 여운상과 이용훈, 김병리, 장원창은 그 일로 사직을 했다. 기소했던 검사는 그 후로 영전했다.

지금도 검찰총장은 재량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법무부 제안을 거부한다.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반대하던 검찰총장은 “중수부 수사가 지탄을 받는다면 내 목을 치겠다”는 섬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검사들의 반응과 무관하게 주목할 점은, 검찰을 둘러싼 시대의 흐름이다. 최근 검사와 경찰의 관계가 대등한 협력관계로 전환되었다. 검찰에서 횡횡했지만 늘 덮어졌던 검사의 뇌물수수 등을 수사할 공수처가 신설됐다.

검찰권력의 분산과 통제는 특정 정권의 정책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다. 수사ㆍ기소 분리방안이 실현될지 알 수 없으나, 이것은 장차 기소권을 국민에게 돌리는 맹아적(萌芽的) 징표라고 본다. 검찰개혁의 종착지는 시민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사람을 구속하여 기소하는 것이 전공(戰功)으로 인정받아 출세한 검사들의 전성시대는 막을 내려야 한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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