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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통·번역 시대에도 영어는 배워야 한다

입력
2020.11.09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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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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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영어를 잘하기는 쉽지 않다. 학교에서 정규수업으로 배우는 연수만 따져도 9년인데, 이후에도 학업과 취업, 업무나 여행 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영어에 시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토플 성적으로 보는 우리의 영어 실력은 전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며, 특히 말하기와 쓰기는 171개국 중 132위 수준에 불과하다. 영어와 우리말 간의 언어적 유사성이 너무 낮고 문장 구조나 어순, 사고방식과 문화 등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인터넷에 축적된 말뭉치 데이터를 통해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AI) 통·번역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자연어처리 기반의 AI가 인간처럼 대화하며 실시간 통·번역도 할 수 있게 되면서, 영어를 몰라도 간편하게 말하고 듣고 읽고 쓸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있다. 특히 2017년 출시된 네이버 ‘파파고’는 지난해 이미 구글을 제치고 국민 통·번역 앱으로 등극했으며, 카카오, 한컴, 삼성SDS 등 다수의 토종 기업들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 견줄 만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인의 영어와 달리, 우리가 만든 AI 통·번역 실력은 세계 최고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힘든 영어 공부는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AI가 알아서 통역하고 번역해주는데 영어는 대체 왜 배워야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기초적인 의사소통과 지문 해석이 수월해지자,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정보의 검색 및 활용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마치 계산기와 컴퓨터를 통해 기초 계산과 수식 연산이 자동화되자, 수학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이 더욱 부각된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디지털경제 시대의 영어는 방대한 인터넷에서 원하는 것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능력과 직결된다. 전 세계 웹 콘텐츠의 60% 이상이 영어로 쓰여 있기 때문이다. 한글로 된 콘텐츠의 비중이 영어의 백분의 일 수준인 0.6%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말에 한정된 정보 검색을 하거나 영문을 일일이 번역해서 검토하는 사람과 원문 자체를 빠르게 탐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 간의 속도와 역량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전 산업 영역에 걸친 급속한 디지털화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이해와 이를 통한 데이터 활용 능력이 핵심 직무 역량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영어는 대중화된 프로그래밍 언어들의 ‘공통 언어(Lingua Franca)’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즉 대부분의 코딩 명령어들이 영어의 문장구조와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학습 효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영어는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에 적극 참여하거나 해외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영어는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온라인 세상과 글로벌 디지털경제의 공용어로서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시험과 평가를 위해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게 인터넷 세상을 탐색하고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영어를 배워야 하는 때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인기캐릭터 펭수를 활용한 ‘AI펭톡’과 같은 영어 말하기 앱이 전국의 초등학교에서 시범 운영되는 등 교육 현장이 변모하고 있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세계 최고의 AI 통·번역 기술과 다양한 에듀테크 서비스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보다 쉽고 재밌게 영어를 배울 수 있지 않겠는가?



전승화 데이터분석가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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