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반복되는 일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1,200명 이하를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서구와는 달리 법무사, 세무사 등 다수의 유사직역이 존재하고 이들이 변호사의 업무영역을 대체하고 있으니 너무 많은 변호사가 배출되면 법률서비스의 질 유지가 어렵다고 한다. 최근 10년간 변호사 숫자가 1만 명대에서 3만 명 선으로 급증해 신규 변호사들을 흡수할 수 있는 시장의 여력이 없고 변호사 과다 공급으로 인한 변호사 처우의 하락이 심각하다는 점, 인구감소, 사건 수의 정체, 리걸테크의 발전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할 이유라고 한다.
반면 법학 교수들로 구성된 한국법학교수회는 오히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자격시험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지난해 합격자 수(1,768명)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학교수회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문턱을 낮춘 법률서비스를 원한다는 점, 변호사가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해야 법의 지배가 확산된다는 점을 들면서 합격자 수의 감축이 이제 막 정착한 로스쿨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변시낭인 양산’이라는 폐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양쪽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최근 10년간 변호사 숫자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고 이것이 법률시장에 큰 부담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변호사 숫자의 증가가 법률서비스시장 확대, 법치주의 확대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종전에 변호사를 고용하지 않았던 중견기업들이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이나 공익단체에의 진출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송무 같은 전통적인 분야에서는 과당경쟁으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를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에 관해서는 정답이 없고 기존 법률시장의 현실을 고려하면서도 로스쿨 도입의 취지, 즉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 유념해야 할 점은 정말 중요한 것이 합격자 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소 심하게 표현하자면 우리나라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은 매우 우수한 인재들을 뽑아서 성능이 떨어지는 인공지능으로 퇴화시키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로스쿨에서 학생들을 접해 보면 매우 놀랍게도 1학년 때는 그렇게 총명하고 재기발랄한 로스쿨 학생들이 2, 3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소극적이고 침울하고 경직된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게 된다.
로스쿨이 당초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수많은 판례의 결론만을 외우도록 강요하는 변호사시험에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줄이든 늘리든, 현재와 같은 변호사시험하에서라면 로스쿨 학생들은 판례의 결론만을 달달 외우는 학습에만 진력할 것이고, 결국 다양한 법률서비스 수요를 창출해 내는 창의적 법조인이 아닌 기존의 레드오션에서 이전투구를 벌이는 법조인으로 양성될 가능성이 높다. 변호사단체와 법학교수단체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둘러싼 논쟁보다는 멍청하기 그지없는 현재의 변호사시험제도을 개혁하기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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