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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앞당긴 ‘디지털 노마드’ 시대

입력
2021.05.10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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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류 역사는 제한된 공간의 점유와 재배치의 역사였다. ‘정착민’이 잘 관리해 온 점유 공간에 낯선 ‘이민자’가 진입할 때 갈등과 분쟁은 필연적이었다. 우월한 기동력과 적응력으로 무장한 ‘노마드(nomad)’, 즉 유목민의 등장은 기존 공간에의 또 다른 도전이었다.

21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노마드의 유형이 ‘디지털 노마드’다. 이들은 첨단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에 대한 숙련도를 기반으로 인류의 공간을 빠르게 재편성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는 기존 공간을 탐하지 않고 미지의 공간인 가상공간을 창조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전통적 노마드와 다르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학교에 가지 않고도 공부하고, 직장에 가지 않거나 외국에 거주하면서도 일을 잘해내며, 직접 만나지 않고도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고, 심지어 ‘메타버스(metaverse)’ 가상공간을 통한 초현실적 소통의 방식으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공간 개념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21년 3월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25~54세 직장인 중 비대면 재택근무를 경험한 ‘잠재적’ 디지털 노마드는 약 30%에 이른다. 이는 최근 미국 일리노이대의 조사연구 결과와도 거의 일치하는 수치다. 페이스북은 5년 이내에 전 직원의 절반이 재택근무하는 디지털 노마드 근무환경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기업의 재택근무자 비율은 개발·사무직, 대형사업체 종사자, 고액연봉자 집단에서 훨씬 높다. 재택근무 경험자 4명 중 3명이 이에 매우 만족하고 있고, MZ 세대의 선호율이 무려 90%에 달함에 비춰 볼 때 디지털 노마드 방식의 일과 공간 개념은 앞으로도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노마드에게 전통적인 모든 것은 더는 중요하지 않다. 즉 고도로 경직화된 근대사회의 규율은 이들에게 아무 의미가 없으며, 따라서 뉴노멀에 맞는 유연한 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근대사회가 만든 대부분의 규율은 통치자 혹은 제공자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정치·비즈니스·교육·사회복지 등 영역에서 국민·소비자·수혜자의 관점은 거의 배제되어 있었다. 학교 출석과 직장 출근 등 물리적 규율은 디지털 노마드 시대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전통적 공간 개념을 초월해서 일의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고, 또한 개인과 가정의 행복 추구의 가치를 훨씬 더 중시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세계 각국의 디지털 노마드 유치전쟁이 이미 치열하다. 우수한 디지털 노마드를 적극 유치하고 소비경제도 진작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최근 두바이 정부는 원격 근무 비자를 발급해 자국 내에 사업장이 없어도 일 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소득세 감면 혜택과 무료 코로나 백신 접종은 덤이다. 포르투갈 정부는 외국인을 위한 디지털 노마드 빌리지를 발 빠르게 만들었고, 그리스는 국외에서 새로 진입하는 디지털 노마드에게 소득세 50% 감면 혜택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정부는 디지털 노마드는 물론 ‘기존 정착민’에 대한 배려 정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포괄적 의미에서의 스마트 상거래의 개발과 지원, 감염병 대응을 위한 비대면 진료·처방을 위한 법제에 빠르게 손을 대야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미래형 교육과 효율적 협업을 위한 첨단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개발은 대학과 기업의 몫이다. 정착민과 디지털 노마드가 스마트하게 공존할 수 있는 미래 공간을 만들어 가는 도전이 디지털 뉴딜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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