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봄에 급증하던 코로나19 일일 평균 확진자 수가 500~600명대에서 안정되고 백신 접종이 이어지면서 집단면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공포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로감 사이를 오가던 국민들은 이제 종식이라는 목표가 가시화하길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의학이 급격히 발달한 1900년대 이후 수많은 감염병 중 인류가 퇴치에 성공한 사례는 천연두 하나에 불과하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변이가 적고 백신이 매우 효과적인 예외적 사례였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가 지속되고 높은 전파력을 가지고 있는 호흡기 바이러스로 거의 모든 전문가는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집단면역의 달성과 종식도 불가능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의 종식은 불가능한 것인가?
이 질문은 예 또는 아니오로 대답하기 어렵다. 집단면역은 언뜻 이해하기 쉬워 보이지만 전문가들조차도 그 명확한 실체를 정의할 수 없다. 집단면역은 드라마나 영화의 결말이 아니다. 한 번 달성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는 더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쓰기 등의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아도 감염병이 확산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 그 즉시 바이러스가 사라지진 않는다. 집단면역은 한 사회가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상태이며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단면역은 존재하지 않거나 달성할 수 없다고 볼 수 없다. 집단면역은 분명히 존재하는 현상이며, 일시적이라도 그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영국, 이스라엘이다. 이 세 국가는 현재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한 사람의 비율이 45%, 52%, 62%이며, 코로나19에 감염되어 면역을 획득한 사람도 최소 전 국민의 25% 이상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 나라들은 완전한 사회적 재개방과는 거리가 멀고 방역대책이 수행되고 있지만 극심한 유행을 보이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상황이 크게 개선되었다. 완전한 집단면역이 형성되었다고 확신하긴 어렵지만, 현실적 집단면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우리가 집단면역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여기는 홍역 등 잘 알려진 감염병도 수년의 주기를 두고 정기적으로 유행한다. 코로나19도 장기적 집단면역이 가능한지는 모른다. 첫 번째 이유는 백신의 지속 기간이다. 백신의 효과는 최소 1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몇 년간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두 번째는 백신을 회피하는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이다. 이미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를 크게 감소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은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미래는 아니다. 코로나19 종식은 더 이상 코로나 바이러스가 특별하지 않게 여겨지는 사회의 인식에 있다. 가장 빠른 종식의 시점은 사망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 완료이다. 더 이상 코로나19는 치명적인 감염병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느리게는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에 가까이 가는 것이다. 현실적인 코로나19 종식은 이 사이 어딘가 사회가 이 감염병에 대해 무뎌지는 시점이 될 것이다. 깔끔한 결말은 아니고 예전으로 완벽히 돌아가지 않겠지만 지금보다 훨씬 지낼 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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