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대통령 선거 여당 예비후보들이 복지공약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그동안 재미 본 기본소득을 다시 내세우며 보편복지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아동수당 확대 등을 중심으로 신복지정책 공약을 던졌다. 정세균 전 총리는 20세 청년을 위한 1억 원 적립형 통장 공약으로 20~30대 유권자에게 다가서고 있다.
과연 국가 재원이 보편복지 공약을 감당할 수 있는가.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지 않은가. 국가 경제발전의 미래 청사진은 함께 그리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않아 국민들은 매우 혼란스럽다. 다행히 이러한 국민의 시선을 의식해 재원 조달 방법을 부분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지만 흡족한 수준은 아니다. 범야권 후보들까지 합세하면, 이번 대선은 복지정책의 대 경연장이 될 것 같다.
달콤한 공약이 5년의 집권을 가능하게 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에 대한 후대 역사가의 평가는 매우 엄중할 것이다. 연일 공약을 발표하는 예비후보들이 과연 국민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행복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성찰이 없는 정치는 대중의 함성에 쉽게 휘둘려 국가 대계를 그르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관점에서 포퓰리즘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그러나 성찰없는 포퓰리즘은 천박한 우민 정치를 낳고, 그 결과가 국가의 재정파탄이라면 책임은 다시 국민 모두에게 귀결된다는 단순한 논리에 대한 답도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큰 문제다.
공교롭게도 여당의 유력 예비후보들이 모두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야권 후보들 중에도 법학 전공자가 수두룩하다. 그래서 이 문제의 해법을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언명에서 찾는 것이 이들에게 좀 더 와닿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이는 국가의 기본 운영원리가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있음에 대한 천명이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국민이 스스로를 권리와 자유의 주체로 설정하는 데 있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곧 민주주의다.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이 직접 투표해 대표를 뽑는 대의민주주의 방식을 택하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표를 얻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포퓰리즘의 함정이다.
한편 공화주의는 국민이 스스로의 시민적 자유를 확대해 공동체의 선을 추구하는 주체로 본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자유론보다 더 적극적 의미의 자유 개념에 기초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화주의적 자유 개념은 민주주의의 자유 개념에 보완적이다. 즉 공화주의는 책임감 있고 도덕적인 공동체 시민의 덕성을 고양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지속가능하게 한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여권 대선주자들의 복지공약은 국민의 소극적 자유 중심의 민주주의 가치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지속가능한 공동체적 자유라는 공화주의 가치를 잊고 있다. 그리고 공약의 남발로 국민을 우매하게 만들고, 그 위에 권력을 잡으려 한다.
22대 대통령도 여느 대통령처럼 취임식에서 헌법에 손을 올리고 경건하게 취임선서를 할 것이다. 취임하기 전에, 아니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전에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가치를 동시에 존중하는 헌법정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정치공학적 복지정책보다 시민의 자유에 대한 공공철학을 먼저 고민할 것을 권고한다. 이상적이지만 완벽하지는 않은 민주주의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공화주의적 공동선과 시민적 덕성의 가치를 신중히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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