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난 7월 델타변이바이러스에 대한 전 세계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의 코로나19 대응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돌파감염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돌파 감염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백신의 감염예방효과는 100%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감염자 중 돌파감염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높아질 것이다. 돌파 감염은 대규모 행사, 밀집된 환경에서 유행이 발생할 경우 더 자주 일어난다. 변이바이러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는 소폭 감소하는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돌파감염 사례가 늘어나면 백신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백신은 아직까지 매우 높은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미국의 연구 결과 백신 접종은 코로나19 감염을 8분의 1로 줄여주며, 코로나19로 인한 입원과 사망을 96% 감소시킨다. 백신 접종은 또한 인체 내 바이러스 농도를 감소시키고, 바이러스가 배출되는 기간을 단축시키며, 증상을 약하게 만들어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능력도 감소시킨다.
그러나 델타 변이바이러스의 등장과 급격한 확산은 방역의 패러다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델타 변이의 기초감염재생산수(한 명의 감염자가 새로운 감염자를 몇 명 만들어 내는지 의미하는 수치)는 5에서 9정도로 추정된다. 이 정도의 전파능력은 메르스, 사스 등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보다 훨씬 더 높으며, 일반감기, 계절 독감, 스페인 독감을 압도한다. 즉 델타 변이는 바이러스 중 가장 감염력이 높다고 알려진 홍역, 수두와 비견될 정도의 전파능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델타 변이바이러스는 높은 전파력에 더해 사망률도 독감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바이러스는 수두만큼 빠르게 전파되며, 인플루엔자보다 10배의 치명률을 가지고 있다. 더 우울한 사실은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백신의 전파 차단효과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으며, 기존 바이러스보다 치명률이 최소한 감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도 델타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백신이다. 감염예방효과가 감소되어 있기는 하나 mRNA 백신은 감염 예방에 최대 87%의 효과를 보이며, 사망 예방에는 93~100%에 가까운 효과가 나타난다.
델타 변이가 등장하며 우리나라의 방역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전 국민 70%에게 백신 접종을 실시해 전파와 유행을 차단하려는 계획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우리 사회에서 급격히 통제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유일한 방법은 코로나바이러스를 더는 특별하지 않은 바이러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특별한 이유는 높은 전파력과 치명률 때문이다. 백신 접종을 통해 우리가 감당 가능한 범위로 감염력을 감소시키고,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을 완료하여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면 점차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따라서 50대 이상 접종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50대 미만 기저질환자, 60세 이상 미접종자에 대한 보호도 필요하다. 또 주요 선진국이 계획 중인 부스터 접종도 더 늦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지금 당장 코로나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분 동의할 수 있는 의견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 완료에는 시간이 필요하며, 급격한 델타 변이의 유행이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현단계의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을 9월 초 50대 접종이 완료되는 시점까지만이라도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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