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권자 집단은 이른바 '이대남'이다. 2030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특정 정당을 지속적으로 지지하지 않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투표율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캐스팅보터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선거에서 청년 유권자의 표심이 성별에 따라 갈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요 후보들이 이대남 혹은 이대녀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부 부처 중 가장 작은 예산과 인력을 운용하는 여성가족부의 운명이 대선의 핵심 의제가 되어버리는 웃픈 결과까지 나타났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2002년 대선을 계기로 한국 선거에서 세대가 중요한 정치적 균열로 등장했다. 그리고 20년이 흘렀고 이제 우리는 젠더 갈등이 정치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획득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과연 젠더는 앞으로 20년 동안 한국 선거를 움직일 새로운 균열로 작동할 것인가?
젠더 균열의 가능성을 미루어보기 위해서는 2002년 세대 균열의 등장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에 세대 균열이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왜 2002년이었는가는 당시의 상황과 관련이 있다. 민주화 이후 지역주의에 기대어 한국 정치를 지배하던 3김이 무대의 전면에서 퇴장하였고, 영남 출신으로 호남을 대표하는 정당의 후보가 그 공백을 메웠다. 즉 기존의 지역 균열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면서 새로운 균열이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어째서 다른 무언가가 아닌 세대가 새로운 균열로 부상하게 되었는가는 한국 사회에서 이념이 가지는 독특한 의미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진보와 보수 사이의 차이는 계급과 관련한 경제적 차원보다는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이슈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민주화를 경험하면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에 이러한 정치적 이슈에 대한 견해가 크게 갈리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세대 갈등이 이념성향의 차이와 결합하면서 세대 균열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2022년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젠더 갈등이 정치적 균열로 나아갈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세대 균열이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는 청년 세대로 하여금 기성 세대와는 구조적으로 전혀 다른 삶의 조건에 처하도록 했으며, 이는 세대 간 갈등을 더욱 크게 확대시켰다. 두 번째로 대부분의 연구는 청년 유권자들 사이에서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이나 젠더 문제에 대한 태도가 성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2030세대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사고방식은 여전히 윗세대 남성들보다는 동년배 여성들과 더욱 비슷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젠더 갈등이 가지는 정치적 중요성은 일시적인 미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러한 예측과는 별개로 최근의 선거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우려를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는 크지 않은 차이를 과장해서 부각시킴으로써 청년 유권자들을 서로 갈라치기하는 것은 민주화 직후 정치인들이 득표를 위해 지역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어두운 과거를 상기시킨다. 만일 이러한 시도가 성공한다면 2022년의 젠더는 2002년의 세대보다는 1987년의 지역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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