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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시흥캠퍼스에 재난연구 '허브'를 짓자

입력
2022.02.23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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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시흥캠퍼스 조감도. 시흥시 제공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감도. 시흥시 제공

바야흐로 '뷰카(VUCA)의 시대'라고 한다. 휘발하고(Volatile), 불확실하고(Uncertain), 복잡하며(Complex), 가속(Accelerationg)이란 뜻이다(A를 ambiguity· 모호성으로 쓰기도 한다). 여기서 '가속'이란, 아이티 지진, 후쿠시마 원전사고, 코로나처럼 큰 재난 발생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빌 게이츠는 또 다른 팬데믹을 경고했다. 수의학자들은 이미 또 다른 동물들에게 많은 전염병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류 인플루엔자, 구제역, 지진, 태풍, 가뭄, 홍수, 이상기온, 산불 등은 전 세계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대형 구조물의 붕괴, 화재, 육해공의 대규모 교통사고도 위험요소이다.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무엇보다도 '위험사회'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상시적으로 재난 관련 과학적 연구를 축적하며 대비하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각 분야 최고의 학자들이 네트워크 형태로 연계되어 연구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즉, '글로벌 재난연구 허브(Hub)'라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예컨대,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같은 곳에 널찍하게 건물을 짓고, 헬기장도 만들고, 격리된 상황에서 생활이 가능한 모든 시설도 갖춰야 한다.

재난이란, 미리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불가피하다면 미리 예측하여 대비하는 것이 '차선'이다. 그리고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차차선'이다.

그러려면 우선,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재난발생 가능성에 대한 지표를 만들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재난위험성을 미리 경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개도국들을 대상으로 하여 더 자세한 정보제공이 중요하다.

둘째, 주요 재난을 유형화한 후, 이에 따라 실험실을 만들고, 대학생, 박사후연구원 등을 양성해야 한다. 격리가 필요한 재난을 위해 관련 시설의 최대 용량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대형병원을 평소에 비워놓았다가 막상 감염병이 생기면 가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대학의 연구와 교육에 활용해야 효율적이다.

셋째, 재난발생 시 거버넌스의 문제이다. 뷰카시대에는 전문가가 그 과학적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정부 대응에 직접 간여해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도쿄대의 지진연구소 소장은 일본에 지진이 생기면 총지휘한다. 캘리포니아주도 유사하다.

넷째, 재난연구 허브는 여러 학문을 포괄해야 한다. 의학, 공학, 수의학, 간호학, 자연과학은 물론이고,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학자들이 협업해야 한다. 재난관리학 학위를 신설할 필요도 있다.

뷰카시대가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하게 선진국 리더가 되는 기회의 창을 열어줄 수 있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것만큼, 고마운 것은 없다. '재난관리 하면 한국이 최고'란 국가이미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글로벌 재난연구 허브를 한국으로 국한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도 넓혀야 한다. 나아가서 외국 공무원이나 학생들을 교육훈련시켜 K지식 수출의 첨단기지가 될 것이다. 인천공항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서울대 시흥캠퍼스는 외국의 재난발생 시 실제 지원도 용이한 곳이다.

위험사회에 대비하는 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일 뿐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R&D 정부 예산 100조 시대에, 연 5,000억 원 투자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천문학적 경제손실과 보이지 않는 피해를 생각하면 절대 큰 액수가 아니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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