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생들에게 '금리만 알면 경제 공부 다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금리로 현재의 금융시장 안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경기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금리의 위험 프리미엄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국채를 발행한다. 기업은 운전자금이나 투자자금을 조달하려고 회사채를 발행한다. 그런데 국채수익률이 회사채수익률보다 낮다. 만기가 되면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것이 채권인데, 일반적으로 그 능력이 정부가 기업보다 높기 때문이다.
경제나 금융시장이 안정적이면 회사채수익률과 국채수익률 차이가 줄어든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안전자산이 선호되기 때문에 국채 수요가 더 늘어나면서 그 차이가 확대된다. 지난해 9월부터 회사채와 국채수익률 차이가 커지고 주가도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채권시장에서도 같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장단기 금리차이로 앞으로 경기나 경제성장률을 전망해볼 수 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수익률이 더 높다. 정부는 1년 만기 혹은 3년 만기 채권도 발행한다. 이들 두 채권의 수익률이 같다면 투자자들은 만기가 짧은 1년 채권을 사게 된다. 만기가 길수록 불확실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만기에 따라 기간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다.
그런데 만기가 긴 채권수익률이 더 낮은 경우가 있다. 이는 경기 둔화 신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에는 미래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기대치가 포함되어 있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낮다는 것은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장단기 금리차이로 경기를 예측할 수 있다. 미래의 경기를 전망하기 위해서 통계청에서 선행지수순환변동치라는 지표를 작성하는데, 장단기 금리차이(10년과 1년 만기 국채수익률 차이)가 그보다도 더 앞서간다. 실제로 이 금리차이가 지난해 6월부터 하락추세로 전환되었고 선행지수도 같이 떨어지고 있다. 또한 장단기 금리차이가 경제성장률에도 3분기 정도 선행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도 많은 경제분석가들이 장단기 금리차이로 경기를 전망한다. 장기금리로 10년 국채 수익률을, 단기금리로 2년 국채 수익률이 사용된다. 이 차이가 확대되면 앞으로 경기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것이고, 축소되면 비관적으로 전망한다는 것이다. 장단기 금리차이가 지난해 3월 1.6%를 정점으로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다. 그러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는 0.2%까지 하락하면서 경기 둔화 신호를 강력하게 보내고 있다. 과거 통계로 보면 장단기 금리차이가 마이너스가 되면 예외 없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단지 시차가 달랐을 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조기에 끝나지 않으면 장단기 금리차이가 역전될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사이트에 들어가면 매일 금리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회사채와 국채수익률 차이가 확대되면서 현재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장단기 금리차이 축소는 앞으로 경기가 둔화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지표로 보면 내년에는 한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 상황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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