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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를 만든다한들

입력
2022.03.23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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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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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입시지옥의 주범이라는 비난은 이미 극에 달했다. 마침내, 대학서열체제를 혁파하고 입시지옥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주목을 끈다.

물론 지방대학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서울대가 인재를 빨아들여서 나온 결과는 아니다. 한국 특유의 '서울사랑' 때문에 지방 인구가 감소되는 것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한반도에만 국한해 보면 서울대가 문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적 시각에서 보면 한국의 대학은 모두 초라할 뿐이다. 외형만 본다면, 서울대 연구시설이 명문고 실험실만큼 못 한 곳도 많다. 역대 정부가 대학을 외면한 것도 큰 이유이다. 공공교육 지출 대비 고등교육 지출 면에서 한국은 OECD 국가 중 뒤에서 다섯 번째다. 이렇게 열악한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는 2022년 QS 세계대학순위 36위, THE 세계대학순위 54위를 지킨 것만으로도 오히려 대견해 보인다. 예산 규모를 봐도 중국 칭화대는 9조 원, 일본 도쿄대는 2조8,000억 원인 반면, 서울대는 8,290억 원에 불과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보다는 차라리 있는 서울대 제대로 만들기를 하자. 삼성은 세계 1위를 달리는데, 서울대는 왜 못하는가. 그러려면 정부 재정지원을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 서울대에 대한 정부 투자는 결코 서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서울대가 개발한 교육콘텐츠는 공개돼 도서관, 평생교육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다른 대학과 공유되고 있다. 서울대에 지원되는 연구비도 서울대만의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김종성 교수의 해양환경에 대한 연구는 전국 50개 기관과 협업하는 등, 많은 연구활동이 다른 대학과 공유되고 있다.

지방대 지원도 대폭 늘려야 한다. 재정이 어려운 사립대를 위해 무려 14년 동안 동결한 등록금도 올리되, 그에 상응하여 장학금을 증액시켜 사회적 약자 계층이 돈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서울대는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우선 '개천에서 용 나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수시가 좋다, 정시가 좋다 설왕설래하지만 지방을 살리는 농어촌전형을 늘리고 사회적 전형을 신설하는 것이 지방의 초중등 교육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태어나서부터 스마트폰과 서울밖에 모르는 서울지역 학생들에게 지방 현실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책무를 깨닫게 해야 한다. 중단기로 국내 대학 학생 교류를 하게 하면 서울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고, 지방에 정착하는 젊은이가 생길 수도 있다.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다양한 전공이 있는 서울대의 장점을 살려 지방대와 공유해야 한다. 학점교류제, 공동지도교수제 등을 통해 지방대와 보완관계를 갖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구원투수이다. 가상강의, 현장실습 등을 혼합한 혁신대학교육 모델을 잘 활용하면 지방대학이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서울대는 한반도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삼아야 한다. 서울대가 개도국 대학의 롤모델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서울대와 한국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여서 젊은이들을 전 세계의 무대로 내보내는 것이 가장 큰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대학에서 우수한 젊은 인력을 많이 길러 일을 하도록 하는 것만큼 확실한 복지정책은 없다.

서울대 대 지방대를 대립구도로 보지 말고, 전 세계적 시각에서 봐야 한다. 서울대를 제대로 만들면서, 동시에 지방대학도 경쟁력을 같도록 하는 동반성장 모델이 한국적 모델이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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