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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강화 없이 '靑' 축소만으론 제왕적 대통령 안 바뀐다

입력
2022.03.30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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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청와대 상춘재 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위해 나란히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청와대 상춘재 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위해 나란히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되면 으레 인수위 활동을 통해 드러나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방향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시끄러우리라 생각하고는 했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언제나 그렇듯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청와대 집무실 이전이라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개인적으로는 지금도 왜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는-문제가 다른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대통령이 자신이 거주하고 집무할 장소를 새로 선택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그것이 한국 대통령제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마땅히 치러야 할 비용일 뿐이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당선인의 일갈은 '주문하지 않은 택배가 배송되었다'는 메시지와 마찬가지의 당혹감을 던져주기는 하지만, 그 또한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만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정치 개혁 및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과 등치시키는 철학의 빈곤이 아쉬울 따름이다.

사실 청와대 조직 개편과 슬림화는 역대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제시되었던 것이었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어김없이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내려놓기라는 명분으로 이전 정권에서 운영했던 이런저런 청와대 조직을 폐지하고 통합했다. 다만 문제는 임기가 지속되면서 어느샌가 슬금슬금 새로운 조직이 신설되고 기존의 조직이 부활하는 일이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청와대 개편안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집무실 이전 문제가 불거져서 그렇지, 조직 개편안 자체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 익숙한 내용이다. 문제는 과연 지금의 구상과 의지가 임기 말까지 일관되게 유지될 것인가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통치 자원을 활용하며, 청와대 보좌조직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대통령들은 청와대 보좌조직이라는 하나의 자원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다른 자원들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하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5년이라는 짧은 임기 내에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에서 자신이 가까이에서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청와대 조직에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물며 국회와 야당의 감시에서 한발 벗어나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내각이나 집권당과 같은 또 다른 통치 자원들은 소외되고 수동적인 위치에 처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는 단순히 청와대를 축소하는 것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 대통령이 통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하나의 통치 자원을 내려놓는다면 다른 자원에 보다 큰 역할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내각과 집권당의 역할 강화와 관계 재정립 없이 청와대 조직을 축소하는 것은 반쪽짜리 처방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니 선거기간 내내 윤석열 당선인은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없다. 더구나 당선인의 일천한 정치 경력과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을 고려하면 청와대 조직 개편의 유통 기한이 얼마나 될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이 약간의 진실을 담고 있더라도, 애초에 의식이 한쪽 눈을 감고 있으니 공간을 어디로 바꾸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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