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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을 국가 감염병 병원으로 지정하자

입력
2022.04.20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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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서울대병원 전경.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병원 전경. 서울대병원 제공

코로나19 2년 반 동안 2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병상부족으로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이제 모두들 일상회복을 얘기하고 있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적절한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데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메르스를 겪고 난 후 2017년 2월 10일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 의료기관' 고시를 통해 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을 중앙감염병 병원으로 지정한 적이 있다. 그러나 NMC는 감염병 진료에 관한 아무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페이퍼컴퍼니'와 같은 존재다.

그로부터 5년이나 지난 작년 4월 28일 고 이건희 삼성회장 유족은 감염병 병원 건립에 써 달라며 7,000억 원을 기부했다. 코로나 상황의 위중함을 고려하면, 지금쯤 국립 감염병 병원이 전국 공공의료기관을 지휘하고 있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다시 5년 후인 2026년에야 비로소 건축이 완료돼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이 죽어 나가고, 모임도 취소되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국가가 전문병원을 빚이라도 내서 지어야 할 판인데, 10년이 소요된다는 것은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한 걸 보면, 관료적 부처 이기주의의 극치였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전혀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과연 150병상 병원이 필요한가'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해 용역을 발주했고, 그 결과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지연되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NMC는 현재 건물에서 미군공병단 부지로 건물을 지어 이사할 예정인데, 이 미군부지는 환경오염문제로 인해 빨라야 2026년이 되어서야 이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유가 어떻든 감염병 병원 가동을 더는 늦춰선 안 된다. 새 정부는 국민이 신뢰할만한 국립 감염병 병원이 1년 내에 문을 열 수 있도록 특단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가감염병 병원은 달랑 150병상만 갖춘다고 되는 게 아니다. 평소에는 여러 진료과를 갖춘 '모(母)'병원이 작동하다가, 감염병이 발생하면 가동되는 '자(子)'병원이어야 한다.

이쯤에서 근본적 의문이 든다. '국가 감염병 병원을 꼭 NMC로 해야 하는가' 말이다. 산술적으로 볼 때 NMC는 496병상인데, 서울대병원에는 1,761병상이나 있다. 의사 수만 하더라도 NMC는 131명인데, 서울대병원은 1,947명으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히 삼성은 감염병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여 세계를 선도하라고 막대한 돈까지 기부했다. 의학교육, 연구, 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있고, 우수한 학생들이 깊이 있는 학술연구에 참여하여 감염병 관리를 선도할 수 있는 인력도 양성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의학교육과 연구를 선도하는 서울대 의대가 답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복지부 고시를 바꿔서 서울대병원을 국가 감염병 병원으로 지정만 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이다. 현행 NMC로 할 때, 미군기지로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문제도 피할 수 있다.

1년을 허비한 책임도 따져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질병청이 이 감염병 병원을 자기 관할하에 놓으려 했는데, 이것이 복지부의 의료자원 관리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되어 결국 시간만 끈 것으로 전해진다. 복지부 산하 질병청인데도 서로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떠나 '어떻게 하면 국민건강을 지키느냐'의 차원에서 문제를 접근하면 답이 보인다. 팬데믹에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국립 서울대의 책무이기도 하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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